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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네덜란드 노 · 사 · 정 대타협 ‘연 1381시간’…한국은 2092시간
‘근로시간 단축’ 해외에서는 어떻게 정착했나
시간제 활성화 시킨 대신, 사회보장 · 노동법 적용 전일제와 차별 엄격히 금지
獨 경제상황따라 노 · 사 서로 양보…좌파 정부가 주도한 佛 실업률 · 국민소득 되레 악화


오래 일한다고 해서 업무의 효율성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데는 이미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연간 실질 근로시간이 1925시간을 초과하면 근로시간이 1% 증가할 때마다 생산성이 되레 0.9% 줄어든다.

그래서 일찍이 노동기본권을 확립한 유럽 선진국들은 1980∼1990년대를 거치며 근로시간을 크게 단축해왔다. 현재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연간 근로시간은 1980년을 기점으로 2000시간 미만으로 줄어들어 지난해엔 평균 1765시간을 기록했다. 네덜란드, 독일, 노르웨이 등 노동선진국에선 연간 근로시간이 1500시간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시간을 단축한 국가들이 모두 경제 성장을 일군 것은 아니다.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통해 안정된 고용시장을 갖춘 국가에만 재도약의 기회가 주어졌다.

▶네덜란드, 노·사·정 ‘상생’=네덜란드는 노ㆍ사ㆍ정 대타협을 통해 근로시간을 낮춘 대신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다.

1980년대 초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네덜란드는 임금과 근로시간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 직면했다. 이에 1982년 네덜란드 정부와 노동총연맹, 사용자연맹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자제 등을 골자로 하는 ‘바세나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1993년엔 ‘신(新)노사협약’을 통해 노동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시간제 근로형태를 활성화시킨 대신 시간제 근로자에게도 사회보장과 노동법을 적용해 전일제 근로자와의 차별을 엄격히 금지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노동시간은 연간 1381시간으로 급감했다. 근로시간은 OECD 최저 수준이지만 노동생산성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60.2달러를 기록해 대다수의 OECD 회원국을 큰 폭으로 눌렀다.

고용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시간제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난 덕이다. 1980년대 초 50%를 겨우 웃돌았던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신노사협약 체결 이듬해인 1994년 63.9%로 올라선 데 이어 2011년에는 74.9%까지 상승했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사 로열더치셸의 원유 정제 시설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근로자들.                   [자료=flickr.com]

▶독일, 노사 문제의식 공유=노동운동의 역사가 깊은 독일에선 정부와 노조가 20여년에 걸쳐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두고 긴 줄다리기를 벌였다.

독일 산업노조의 대표적 노조인 금속노조는 1985년 주당 근로시간을 38.5시간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1990년엔 주당 35시간의 법정 근무시간을 강제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업 부담이 커져 장기실업자가 양산되고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초엔 강성 노조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하는 등 문제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자 노조와 기업은 서로 한 발짝 물러나 정부의 개혁안을 대폭 수용하기에 이른다. 당시 독일을 이끌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2003∼2005년 대대적 노동시장 개혁인 ‘하르츠 개혁’(Hartz Reform)을 마련해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 유연화, ‘미니잡’(월급 400유로 이하 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 파격적 개혁을 단행했다.

노동시장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자 고용시장도 덩달아 빠르게 안정됐다. 2003년 하르츠 개혁 직전 68%에 머물렀던 고용률은 지난해 76.7%로 뛰어올랐다. 또 한때 11.6%에 육박하던 실업률은 지난해 5.4%로 하락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명차 BMW의 생산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바쁘게 부품을 조립하며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자료=구글]

독일의 폴크스바겐 공장 모습.                                                                                                                           [자료=Yahoo.com]

▶노르웨이, 근로자의 천국=노르웨이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그야말로 ‘근로자의 천국’이다. 적게 일해도 보수는 두둑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노동시간은 연간 1420시간인 것으로 집계됐다. OECD 평균보다 무려 345시간이나 짧은 것으로 주당 근로시간은 27시간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매년 최소 21일간의 유급휴가와 43주간의 유급 출산휴가가 지급된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6만5638달러에 달해 지난해 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근로자들의 평균연봉도 4만4000달러에 이른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노르웨이노조연맹(LO)과 기업 측의 협조로 노동법을 손질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무형태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노동법 상 근로시간은 하루 최대 9시간, 주당 최대 4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사측과의 협의를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근로시간을 감축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사유를 입증해야해 기업 측의 입장도 최대한 고려하도록 했다.

▶프랑스, 좌파 정부 주도…실업률↑=반면 프랑스는 근로시간 단축에 실패한 국가로 분류된다.

전통적으로 노동권 실현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사회당 정부는 지난 1998년 근로시간을 주당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인 ‘오브리법’을 제정해 법정 근로시간 단축안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기업의 부담이 급증한 데다 실업률도 갈수록 치솟으면서 올해엔 10%를 넘어섰다. 또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2011년 현재 3만5505달러에 그쳐 OECD 평균치인 3만5654달러를 밑도는 신세로 전락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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