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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유병한> 함께 가는 저작권
다수의 참여와 공유, 기존자원의 새로운 융합 방식을 통해 축적되는 생동하고 진보하는 지식재산으로 인류문명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저작권 생태계의 모습이다.


기원전 220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서적 20만권이 소장되어 있었던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당대 지성의 산실이자 헬레니즘 문화의 개화에 중요한 기반이 되기도 했으나, 이후 화재로 인해 수많은 자료들이 안타깝게도 함께 소실되었다. 이를 오늘날 디지털 문명 시대에 비유하자면 해킹이나 악성코드에 의한 정보 손실이나 포맷 등으로 인한 디지털 자료의 유실쯤에 비유될 수 있겠다.

자료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한층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저작물의 활용을 통한 제3의 가치 창출이다. 마치 태아가 복잡한 DNA 분열을 통해 100조개 세포의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같이 오늘날 지식재산은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양산하고 정립해나간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혁명시대를 맞아 저작물의 새로운 이용형태가 증가하면서 창작-유통-소비의 순환구조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생겨나고 있다. 창조경제를 향한 첫걸음은 다양한 개인, 집단 사이에서 비롯된 저작권 분쟁해결을 위한 갈등관리에서 시작한다. 권리보호와 저작물의 이용활성화를 위한 균형적 가치 재설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창작-유통-소비-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저작권 선순환 체계 강화를 위한 상생 기반 마련이라 할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저작권산업의 부가가치는 121조842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9.86%를 차지한다. 금융보험업(6.31%)이나 건설업(5.32%)보다도 큰 규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저작권 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그 입지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다양한 개인들의 창조적 사고의 산물인 저작물은 창조와 융합의 단계를 거쳐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현대 문화의 근간이 되어 왔다. 토지, 노동, 자본으로 대변되던 생산의 3요소가 개인, 지식, 아이디어로 재편되는 ‘신성장 이론(New Growth Theory)’을 창시한 폴 로머(Paul Romer) 교수에 따르면, 창조적 아이디어는 기존 자원의 유한성에서 탈피해 지속적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신성장 동력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나눔과 협력을 통한 점진적 발전은 후세에 다양하고 풍요로운 문화 환경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집단의 창조 에너지 발현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기존의 저작물로 구축한 문화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증폭될 수 있다.

생산자와 수혜자로 구분되지 않는 다수의 참여와 공유, 기존 자원의 새로운 융합 방식을 통해 축적되는 생동하고 진보하는 지식재산으로 인류 문명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저작권 생태계의 모습이다.

소수에 의한 혁신적인 저작물의 출현이 가져온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통한 효용 증대도 의미가 있지만, 다수에 의한 점진적 발전을 통해 후세에 다양하고 풍요로운 문화 환경 기반을 제공해주는 것 또한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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