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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주택시장은 이미 꺾였는데...정부는 ’살아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 상승!” 국토연구원은 23일 이런 제목을 단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를 근거로 수많은 언론들이 ‘부동산 대책 효과로 주택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앞서 국토교통부도 주택거래량 동향 자료를 통해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9월 주택거래량이 전국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42%, 수도권은 81.1% 증가했다‘는 겁니다. 많은 언론이 이 자료를 근거로 ’주택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 ’집값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죠.

그런데 한쪽에선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요즘 내놓는 집값 동향 자료를 보면 집값 상승세는 현저히 둔화하거나 꺾였습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월30일부터 5주간 오름세를 기록하다 지난주부터 보합세로 돌아섰습니다. 강남구, 양천구 등은 이미 ‘마이너스’ 변동률로 바뀌었죠. 서울 강남이나 용인, 고양 등 수도권 주택 밀집지역 중개업자들을 만나면 주택 시장이 8.28대책 발표 직후 ‘반짝’ 상승세에 불과했다고 푸념합니다. 



도대체 어떤 걸 믿어야 할까요? 정부가 발표한 자료가 더 종합적인 분석 자료니 신뢰할 만할까요? 아님 요즘 상황이 달라졌다고 아우성대는 정보업체나 중개업자들의 이야기가 정확한 상황일까요?

경제 현상 중 ‘타임래그(time lag)’라는 게 있습니다. 경제활동에 어떤 자극을 준 후 이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적 지체’라고 풀이되죠.

요즘 주택정책에 대한 타임래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되고 결정되는 과정이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중계되다 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속도는 즉각적입니다. 그리곤 단기간에 결과가 나옵니다. 수요자나 공급자 가운데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쪽에서 먼저 움직이면 당장 시장이 활기를 띱니다. 하지만 다른 쪽이 따라오지 않으면 곧 썰렁해죠.

지난 4.1부동산 대책 때도 그랬고, 8.28부동산 대책 직후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로 주택 공급자인 집주인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호가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였지만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아 시장이 다시 주춤합니다. 


요즘 ‘시간 지체’는 엉뚱하게도 정부가 내놓는 자료에 있는 듯합니다. 10월 들어 시장은 이미 꺾이기 시작했는데, 정부나 정부산하 연구기관이 요즘 내놓는 자료는 8.28대책으로 반짝 기대감이 들뜨던 9월 상황입니다. 9월 조사 자료를 모아서 집계하고 발표하는 시점이 10월말이니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이미 많이 달라진 겁니다. 그런 자료를 근거로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전하는 일부 전문가나 언론은 한심하죠.

요즘 상황을 보면 어찌됐건 8.28대책 직후 상승세를 대세라고 판정하긴 무리입니다. 한두 달 사이에 오락가락한다면 ‘혼란기’로 보는 게 더 옳겠죠.

지금 주택시장은 정부 정책만으로는 대세 흐름을 바꿀 순 없을 겁니다. 국내외 경기 회복 여부, 가계 부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같은 때 흐름에 따라 주택 매수를 선택하는 건 가장 위험하겠죠.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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