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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성철 스님
경북 문경의 희양산 자락에 봉암사라는 절이 있다. 지금은 스님들의 수행전용 공간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1947년 이곳에 성철을 비롯해 청담 자운 우봉 등 현대불교 개혁에 선구적 역할을 한 젊은 스님들이 모였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일시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며 깨달음을 얻기로 의기투합한 스님들이었다. 이른바 ‘봉암결사’였다. 이들의 참선수행은 1953년에 중단되지만, 그 뜻을 따르는 스님들이 모이면서 불교계 혁신의 상징이 되었다.

성철은 이후 합천 해인사에 들어가 오로지 구도에만 몰입했지만, 그에 대한 존경심은 더 커졌다. 불교 내분과 신군부에 의한 법란으로 어수선하던 1981년 조계종 종정에 추대됐을 때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말만 남긴 채 해인사에 머물렀다. 이 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되고 사회적 파장을 낳기도 했지만, 대체로 모든 사물과 사람은 고유의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른 말로 받아들여졌다. 과도한 욕심이나 괴롭힘,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가 진리를 실현하라는 말이었다.

24일(음력 9월 20일)은 성철 스님이 입적한 지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를 앞두고 해인사에서 1000여명이 1주일간 매일 3000배를 올리는 칠일칠야 행사가 진행 중이다.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과 삶의 자유와 권리를 잃은 사람을 위해 절을 하며 자신을 성찰하라는 성철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행사다. 사회가 혼탁할수록 성철과 같은 정신적 지도자가 그립다. 각 집단이 온갖 권력과 수단을 동원해 축생도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오늘날이야말로 사회의 큰 스승이 더욱 그립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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