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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김건> 연구란 무엇인가
가을을 맞아 서점에서 집어든 책 중에 ‘행복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었다. 행복의 코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흥미롭지만, 이를 밝히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가 수행해 온 성인발달 연구 자체가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이 연구는 종단 연구다. 종단 연구는 실험에 참가한 대상자를 시간을 두고 계속 관찰하면서 관심 자료를 반복적으로 수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수행이 쉽지 않다. 1938년 시작된 이 연구는 70년이 넘도록 같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저력이 느껴진다.

70년 넘는 오랜 기간에 처음 설정된 같은 문제를 다뤘음은 만무하다. 20세기는 지식이 급격히 발달한 시대였고 직관에 의존했던 많은 가설들이 깨지고 측정이나 입증 방법도 발전했다. 4대에 걸친 책임자들의 전공은 제각각이었고 사회의 스트레스 대응이란 관점에서 우생학을 연구하며 출발했던 이 연구는 현재 뇌영상을 찍으며 친밀도 반응을 살핀다. 연구하는 대상이나 성인발달과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유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접근방식은 관련된 새로운 지식들에 맞추어 발전하면서 새 질문을 던져왔다.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반문했다. “이런 연구가 한국에서도 가능했을까?” 물론 미국에서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연구비가 부족해 연구가 중단될 뻔한 경우도 있었고, 원래 연구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며 연구비를 제공하던 재단에서 불평한 경우도 있었다. 연구를 하던 장소도 본의 아니게 옮겨야 했다. 그러나 어찌됐던 그 결과는 70년 이상을 계속하여 연구할 수 있었으며, 지금 이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 이처럼 연구는 질기게 해야 하는 속성을 가진다.

2시간 남짓의 영화나 SF드라마에서 과학자들이 현상을 통찰하고 그들의 천재성에 힘입어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모습에 우리는 익숙하다. 그러나 실제 과학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있는 힘껏 확실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눈이 덮인 벌판 위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나가는 탐험에 가깝다.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문제에 대한 장기간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건 거의 정설이다. 하버드의 연구처럼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세대를 넘나드는 자료를 축적하기도 한다. 태양 연구의 핵심 중 하나인 태양 흑점 기록은 갈릴레오 이래 계속되었으며 화산에서 행한 관측도 100년을 훌쩍 넘긴 관측들이 보인다. 이들은 과학의 발전과 같이 진화하며 그 시대의 과학적 질문에 대응해왔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기반을 마련했다. 장기적인 실험을 하고 이를 연구사회에 공유하는 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선진국 기관들은 10년이 넘는 장기 지원, 공개접근 강화 및 데이터 관측자에게 보상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 국제적인 지구 관측체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과 효율성의 압박 아래서 가끔 과학 연구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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