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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상> 깊어 가는 가을 ‘멧돼지와의 시가전’에 대한 일 고찰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목리에는 도드람산이 있다. 이 산은 ‘저명산(猪鳴山)’으로도 불리는데, 저명은 돼지 울음을 뜻한다. 도드람의 ‘도’는 윷놀이에서처럼 돼지를 지칭한다는 해석도 있다.

저명산엔 전설이 있다. 옛날 한 효자가 병든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던 중 석이버섯이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이 산에 올랐다고 한다. 효자는 절벽 아래에 석이버섯이 있음을 발견하고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벼랑위에서 멧돼지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해서 다시 절벽위로 올라가보니 멧돼지는 보이지 않고 밧줄이 거의 끊어져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산신령이 멧돼지를 보내 효자의 목숨을 구하게 했다는 전설이다. 이 산에는 돼지굴과 함께 효자의 생명을 구한 멧돼지 석상도 있다.

멧돼지에 얽힌 좋은 얘기는 별로 없다. 그나마 도드람산돼지 얘기가 있는데, 구전되는 민담일 뿐이다.

도드람산의 ‘효자 멧돼지‘ 상 [사진 출처= Daum 블로그 ‘고전음악 감상과 산행’ http://blog.daum.net/kp6531/7425804]

요즘 멧돼지가 준동한다. 18일 아침엔 몸무게 70kg가량의 멧돼지가 강릉의료원에 침입해 병원안을 휘젓다 어린이와 병원직원에게 부상을 입힌후 출동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국립생물자원관측은 ‘경험이 미숙한 어린 멧돼지 호기심’으로 추정했다.

19일 새벽 6시쯤 서울 북악산 청와대 뒷편 도로에 몸무게 60kg가량의 어린 멧돼지 두 마리가 나타나 활보하다, 이 중 한 마리가 신고를 받은 엽사들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당국은 이 멧돼지들이 지난 7월 창덕궁에 나타났다 죽은 수컷 멧돼지와 두달전 서울 부암동에서 사살된 암컷 멧돼지의 새끼 7남매 중 살아남은 4마리로, 북악산에 거주하며 먹이를 찾아 주택가에 출몰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멧돼지는 몸길이 1.1∼1.8m, 몸무게 50∼280㎏이다. 늦가을 바람과 겨울을 싫어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해 낙엽 지면 담요처럼 쓸 수 있는 활엽수 지역에 주로 산다. 사방이 트이고 밝은 환경을 선호해 어둠이 걷히면 활동을 한다. 주로 나무 뿌리나 뿌리식물 등 초식을 즐기는데, 들쥐나 토끼까지 잡아먹는 잡식성이다. 헤엄도 잘 친다고 한다.

멧돼지 일가족= 멧돼지는 무리지어 생활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강하며, 어린 멧돼지는 호기심까지 충만하다고 한다. [이미지= 123RF]

무리 생활을 하고, 임신한 어미는 굵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둥지를 만든 다음 분만 후 잠시 칩거하다 다시 무리에 합류한다. 몸에 붙은 벌레나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진흙에 뒹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나무 씨가 등에 붙어 자라기도 한다. 소리 등 자극을 받거나 공격을 당하면 거칠게 반격하는데, 멧돼지가 무서워하는 호랑이 조차 섣불리 대적하지 못한다.

멧돼지의 동선과 행동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는 대책 마련의 근거이다. 무리의 보스가 죽으면 대오가 흐트러지지만 멀리 헤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공격에 대한 저항, 동족에 대한 복수심도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난동은 응징하되, 멧돼지가 가장 견디기 힘든 늦가을과 겨울에 야산 관리자들이 먹잇감을 놓아주는 등 민간 침입을 억제하고 산행길에 만나면 조용히 바위나 나무 뒤로 피하는 등의 지혜가 필요하다. 멧돼지가 무서워하는 호랑이 배설물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민가 진입 구역 등에 놓아둘만 하겠다. 멧돼지 울음을 우리 땅에서 완전히 멸종시킬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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