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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김석동> 발칸반도의 역사 이야기
기마민족이 지배했던 발칸반도
다양한 종교·민족 탓 갈등심화
국제 이해관계 얽힌 화약고로
근현대 한반도 모습과도 오버랩


지난 추석 연휴에 아름다운 발칸반도를 여행했다. 그러나 도시 곳곳의 포ㆍ총탄 흔적과 수많은 묘지는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발칸반도는 유럽ㆍ아시아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동서 1300㎞, 남북 1000㎞, 면적은 50만5000㎢에 약 5700만명이 살고 있다.

오래 전 일리리안족이 토착해 살고 있었으나 기원전 3세기 로마가 점령했고 5세기 이후 훈족의 서방 침공을 피해서 남하한 슬라브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다. 5~9세기 아시아계 유목민 아바르족이 중앙유럽과 동유럽에서 활약하면서 이 지역의 지배력을 행사했으며 돌궐시대 일부 서돌궐 세력이 발칸지역까지 서진한 것으로 보인다. 13세기에는 몽골의 타타르족이 점령하기도 했다. 이후 영토가 560만㎢에 달했던 오스만튀르크는 16세기부터 약 400년간 발칸반도를 지배했다. 이렇게 발칸반도에서도 기마유목민족이 활동해 왔다.

발칸반도에는 2차 대전 이후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등 사회주의국가들이 탄생했고 이 중 유고슬라비아가 발칸사태의 주배경이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요시프 티토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사회주의 유고연방공화국을 통치했다. 그러나 1980년 티토 사후 종교ㆍ민족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소련ㆍ동구권 붕괴과정을 거치면서 유고는 1991~2006년 슬로베니아ㆍ크로아티아ㆍ보스니아ㆍ마케도니아ㆍ세르비아ㆍ몬테네그로의 6개 국가로 분열해 오늘에 이른다.

발칸국가 중 크로아티아ㆍ슬로베니아는 가톨릭 국가, 세르비아ㆍ몬테네그로ㆍ루마니아ㆍ불가리아ㆍ마케도니아는 정교 국가, 알바니아는 이슬람국가, 보스니아는 가톨릭ㆍ정교ㆍ이슬람 공존 국가다. 이런 연고로 발칸은 기독교ㆍ정교ㆍ이슬람 문명이 부딪치는 ‘문명 충돌의 화약고’라고 불리게 된다. 특히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은 민족ㆍ종교 구성이 얽혀 갈등의 진앙이 된다.

유고연방의 분리ㆍ해체과정에서 91년 6월 슬로베니아ㆍ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자 슬로베니아 내전, 크로아티아 내전이 이어진다. 이후 보스니아도 연방 탈퇴를 선언하면서 처참한 보스니아 내전이 전개된다. 유고연방의 맹주를 자처하던 세르비아는 연방 해체를 막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보스니아를 침공하고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반군이 무장투쟁에 참여하면서 크로아티아까지 개입하게 된다. 92년 4월부터 95년 12월까지 3년8개월간 전쟁에서 11만명이 대학살 등으로 사망하고 220만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등 2차 대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전쟁이 됐다. 발칸사태는 데이턴협정으로 마무리되고 유고연방은 해체됐다.

한편 98년에는 정교ㆍ슬라브계 국가인 세르비아에서 인구 200만명 중 이슬람ㆍ알바니아계가 80%를 차지하는 코소보 자치주가 분리독립을 요구한다. 세르비아가 반군 및 알바니아계 주민을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코소보 내전이 발발하자 NATO가 무력개입해 밀로셰비치가 통치하는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세르비아가 굴복해 사태가 마무리된다.

발칸반도와 한반도는 비교할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유라시아 기마유목민이 활약했었던 광활한 스텝지역이 끝나는 동부와 서부 양단에 있는 지역이며 근세사에서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계의 화약고’라 불렸다. 발칸은 오스트리아ㆍ오스만튀르크ㆍ러시아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1ㆍ2차 세계대전을 겪고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국가가 형성되며, 한반도는 일본ㆍ청나라ㆍ러시아ㆍ미국 등이 각축하는 무대였고 2차 세계대전 후 분단 국가라는 멍에를 지게 된다. 그리고 각각 20세기에 가장 참혹한 내전을 겪었으며 지금도 분쟁지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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