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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오바마의 ‘모비딕’…마오쩌둥은 ‘아Q정전’…지도자 키운 8할은 책이었다
스캔들 위기속 ‘연금술사’서 위안찾은 빌 클린턴
메르켈의 무티 리더십 상징이 된 ‘에밀과 탐정’
엄청난 독서광 히틀러는 ‘돈키호테’ 숭배할 정도

52년 평생동안 8000권 독파한 나폴레옹처럼
리더들 책 속에서 시대정신·국가비전 길 찾아



세기의 지도자들에게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위정자들은 책을 사랑했다. 23년간 중국의 태평성대를 이끈 당태종 이세민은 형제의 난으로 28세 나이에 천하의 주인이 됐지만, 책을 통해 자신을 낮추고 신하들의 간언을 경청했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말 위에 앉아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그가 52년 평생 동안 읽은 책은 8000여권에 달했다. 현대의 리더들도 책에서 시대정신을 찾고 국가 비전을 위한 혜안을 얻기는 마찬가지다.

▶오바마의 ‘모비 딕’=독서는 대통령을 달변가로 만든다. 뉴욕타임스는 2009년 1월 취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독서열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영감을 주는 오바마의 웅변술이 만들어지는 것에 많은 것이 기여했지만, 언어의 마술에 관한 이해와 독서열이 그가 미국인과 자신의 생각을 소통하는 드문 능력뿐만 아니라 오바마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3대 애독서를 소개했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셰익스피어의 ‘희곡’, 랠프 월더 에머슨의 ‘자기신뢰’다.

이 중 ‘모비 딕’은 거대한 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선장이 복수심으로 사흘간의 사투 끝에 모비 딕을 잡지만 결국 고래에게 끌려 바다에 침몰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통해 오바마가 역사의 비극이나 인간의 모호성에 대한 감성을 고취시켰다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일생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성찰과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독서에 의존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클린턴의 ‘연금술사’=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책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평균 200~300권을 읽었고, 대통령 재임 중에도 연간 60~100권의 책을 독파했다. 그는 르완스키와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를 때도 브라질의 세계적 작가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

2대 존 애덤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그리스어로 된 책을 탐독했고, 3대 토머스 제퍼슨은 6500권의 책을 모아 의회도서관의 토대를 만들었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었던 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임기를 마친 뒤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떠나면서도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존 밀턴 등의 책 60여권을 가져간 일화로 유명하다. 

(왼쪽부터) 버락 오바마, 앙겔라 메르켈

▶메르켈의 ‘에밀과 탐정’=지난 22일 3선 연임에 성공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자 출신으로 여느 지도자들보다 더 학구적인 인물이다. 메르켈은 2011년 독일출판협회의 50회 낭독 콘테스트에 참석해 독일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의 동화책 ‘에밀과 탐정’을 손에 들고 아이들 앞에서 “어린 시절 동생들과 서로에게 즐겨 읽어 줬던 책”이라고 소개했다. 특유의 무티(Muttiㆍ독일어로 엄마) 리더십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메르켈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일말의 고민 없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라고 답했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알베르 카뮈의 ‘시지포스의 신화’를 꼽았다.

▶마오쩌둥의 ‘아Q정전’=1950년대 중국을 통일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소장 책에는 동그라미와 밑줄, 그리고 자신의 감상평이 빼곡히 적혀 있다. 마오는 고전, 문학, 역사, 신문ㆍ잡지, 영어에서부터 마르크스ㆍ레닌의 저서, 철학, 자연과학 등 폭 넓은 분야를 섭렵했다.

마오는 특히 루쉰의 문학작품을 좋아했다. 마오는 루쉰을 “암흑과 폭력의 공격에서도 독립적으로 버텨낸 한 그루의 큰 나무”이자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이며 철저한 유물론자”로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현 중국 총서기는 10대 하방(下放) 시절 독서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 시진핑과 함께 3년을 살았던 농부 뤼넝중(呂能忠)은 “시진핑은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었다”고 회고했다. 중국 공산혁명 영웅의 아들인 시진핑은 아버지가 문화혁명으로 숙청 당한 후 15살 때 10여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량자허로 하방됐다.

▶히틀러의 ‘돈키호테’=지독한 독서열은 세기의 독재자를 잉태하기도 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전쟁 중에도 매일 밤 1권 이상 책을 읽지 않고는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중학교 중퇴자인 히틀러는 엄청난 양의 독서를 통해 지적 불안을 억누르고 게르만 민족의 세계 제패라는 야심을 키웠다. 그는 “나는 내가 필요한 것을 책으로부터 얻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장서는 1만6000권에 달했다.

특히 히틀러는 돈키호테, 로빈슨 크루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숭배했다. 또 히틀러는 성서에도 조예가 깊었고, 헨리 포드의 반유대주의 논문을 소장하는가 하면,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는 손때가 묻은 빌헬름 부슈의 개구쟁이 만화 ‘막스운트모리츠’를 두기도 했다.

(왼쪽부터) 빌 클린턴, 마오쩌둥, 아돌프 히틀러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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