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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라인ㆍ싸이메라, 메신저계의 ‘갤럭시’ 만들려면...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라인 하세요?”

지난 달 휴가차 방문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우연히 만난 한 현지인 여성이 한국에 있는 친구와 ‘라인’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 여성은 본인도 라인을 쓴다며 “아시아에서도 라인을 아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해외에서 ‘왓츠앱’이나 ‘페이스북’이 아닌 ‘라인’을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라인은 사실 한국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메신저니까요.

그때부터 현지에 머무는 며칠간 메트로와 식당 등에서 사람들의 모바일 행태를 살펴보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라인 스티커를 전송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비행기에서 만난 동남아시아권 사람들 중에서도 라인을 쓴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라인은 네이버가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입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대세지만 해외에서 2억4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서비스기도 합니다. 기자가 방문한 스페인에서만 가입자 수는 1500만 명에 이르는 데다 일본에서는 4700만 명 이상이 쓰는 국민메신저입니다.

해외에서 ‘앱 한류’를 일으키는 서비스는 라인 뿐만이 아닙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서비스하는 카메라 앱 ‘싸이메라’는 전세계 220여 개 국가에 진출해 3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습니다. 이 중 70% 가량은 해외이용자 입니다. 특히 싸이메라가 해외시장을 통해 얻은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80%에 이릅니다.

네이버와 SK컴즈는 과거 해외에 진출했다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 인프라가 한국만큼 잘 갖춰진 나라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야후나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에 비하면 국내 인터넷 기업은 초라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양사는 시행착오를 겪음과 동시에 국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며 세를 확장했습니다. 지금은 기울었지만 싸이월드는 페이스북과 같은 세계적 SNS 서비스의 모델이 됐다고 할 정도로 한국 인터넷 기업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외에서 막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made in KOREA 기업’들이 요즘 국내에서 뜻밖의 벽을 만났습니다. 최근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포털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이 법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곳 이하 포털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며, 시장지배적사업자는 기존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품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네이버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 분야를 공정거래법의 ‘일정한 거래 분야’로 묶어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좁은 시장에서 다양한 IT 벤처가 등장하다보니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이 된) 벤처기업’이 신생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 공교롭게도 벤처업체의 사업과 겹치면 당연히 그 시장은 대형포털의 독차지가 되겠지요. 국내 유선포털의 75%를 네이버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네이버와 맞서 싸우기는 힘듭니다. 어느 정도 시장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데 대중이 동의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김용태 의원이 개정안은 최근 인터넷 산업이 PC가 아닌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포털업체들이 유선이용자와 자본력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내 메신저 시장은 네이버 ‘라인’이 아닌 ‘카톡’이 장악하고 있고, SNS시장은 페이스북이 차지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넥슨, NHN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기업보다 선데이토즈와 같은 소형기업이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이용자들은 ‘네이버 앱’을 클릭하기보다는 메신저, 카메라, 지도 등 기능형 서비스를 통해 필요에 따라 정보를 획득했고, 시장은 버티컬 앱 위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정안은 광고, 검색, 전자상거래, 부동산, 콘텐츠 등 네이버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 서비스’라는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규제합니다.

개정안을 통해 국내 인터넷 산업에서 포털대기업의 영향력이 위축될 경우 진짜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의 글로벌 사업 역시 타격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해외투자자들이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는 기업에 투자를 망설이게 될 테고, 이 경우 이제 막 해외에서 구글 등 초대형 기업과 대결을 시작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이 위축될 게 뻔합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실제로 이런 사례로 네이버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대형포털이 인터넷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정치권이 마련한 최근 일련의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벤처업계 대표들이 네이버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정부가 나서서 대형포털을 규제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네이버가 (단순히 금전적인 투자가 아닌) 다양한 사업 모델을 함께 발굴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단말기로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듯 무한의 블루오션인 인터넷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막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시장에서의 공정경쟁은 당연히 이루어야 하는 숙제지만 그로인해 이들의 해외진출까지 막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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