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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물 투자자 칼 아이칸, 델 인수전 ‘깨끗한 승복’
“마이클 델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며 무자비한 싸움꾼으로 보였던 칼 아이칸(77)도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 델의 인수전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하며 마이클 델 창업주 겸 CEO(최고경영자)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패배는 아프고 쓰리지만 투자업계의 어른으로서, 거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델 창업주는 수개월간의 지리한 싸움을 이어갔고 행동주의 투자자 아이칸이 지분 확대를 포기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9일 오전(현지시간) 아이칸은 델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오는 12일 있을 싸움(주주총회)에서 이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델 창업주와 실버레이크를 패배시키려는 추가 노력을 강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델 인수전에 처음으로 개입한 것은 지난 3월. PC산업의 침체로 인해 델 창업주는 2월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와 함께 상장폐지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아이칸은 이 틈을 노렸다.

아이칸의 지분은 8.9%로 사외 주주로서는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델의 2대 주주다. 아이칸은 델 창업주와의 인수전에서 주당 13.65달러를 제시했으나 델은 이보다 10센트 높인 13.75달러, 246억 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아이칸은 이에 맞서 주당 14달러의 가격을 제시하며 72% 지분 매입과 주식매입권(warranty: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 매입을 보장하는 권리)을 제안했다. 불꽃튀는 인수전이 계속되자 주주들은 1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인수안을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델 창업주는 상장폐지 이후 개인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신의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절대 회사를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배수의 진을 친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칸은 인수전을 포기하면서도 “델 창업주의 제안이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그의 인수안을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인수전에 대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아이칸이 인수 제안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주주들에게는 더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의 기준에서는 델을 통해 얻을 만한 이익이 적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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