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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김영화> 건설업계의 해바라기
정부는 건설업의 위기를 나몰라라 하지 말고 시장부터 살려놓고 봐야 한다. 매질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피부에 와닿는 규제 완화와 SOC투자 확대 등 지원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건설사 임직원들을 만나면 곧잘 주가 푸대접론을 편다. 자사 주식이 싸도 너무 싸다는 것이다. 건설주야말로 국내 주식시장의 진짜 자산주 아니냐며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실제 저평가 척도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따져보면 1배가 안 되는 종목이 수두룩해 주가가 기업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

물론 지나치게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언제부턴가 금융 당국의 대기업 구조조정 명단에는 건설사가 빠지지 않는다. 대형사, 중소형사 할 것 없이 경영진 물갈이와 대규모 감원은 단골 메뉴다. 너도나도 건설업계의 위기라고 하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건 당연하다.

사실 요즘 건설업계의 행보는 외줄을 타듯 위태로워 보인다. 기업마다 고위험을 감수하고 앞다퉈 분양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 많은 경기 지역에 사업지가 쏠려 있어 ‘물량 폭탄’이 우려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수천가구씩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가 얼마나 소화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결과야 어떻든 일단 분양을 하고 보자는 식이다. 극심한 자금난을 탈출하기 위해서라지만 사업이 실패할 경우 재무제표 부담만 더 커질 뿐이다. 미분양 아파트를 팔기 위해 분양가 보장제 등 각종 극약처방도 서슴지 않고 있어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이러다 또 사단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해외 사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건설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세미나 장에서 만난 한 건설사 대표는 일본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업체들이 참 용감하다며 해외 수주 출혈 경쟁을 꼬집는다고 씁쓸해했다.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후루사카 슈조 교토대 교수에 따르면 일본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물론 일본과 국내 시장 상황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두 나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후루사카 교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시장 규모 대비 인구가 많아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본 기업들은 무리한 해외 진출에 앞서 품질 강화와 시장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건설업계도 이런 주변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수긍은 하면서도 당장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게 속내다. 위험 관리를 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현 위기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줄이고 복지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4대강 비리수사만 해도 사업 참여를 종용해 놓고 이제와 ‘죄인’ 취급하는 정부가 건설업계는 야속하기만 하다. 경제사정(司正)도 중요하지만 건설업의 경제적인 가치와 발전 잠재력마저 폄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흔히 건설업을 정부 방침에 울고 웃는 ‘해바라기 산업’이라고 한다. 정부는 건설업의 위기를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시장부터 살려놓고 봐야 한다. 매질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주택시장 규제 완화와 SOC투자 확대 등 지원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건설업계도 정부만 바라볼 게 아니라 차근차근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할 때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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