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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폐목재가 가구로, 트럭 방수포가 가방으로…폐품을 ‘착한 명품’ 으로
환경까지 살리는…중고의 ‘아름다운 변신’
프라이탁, 버려진 車부품으로 에코백 제작
신세계 백화점, 중고 모피도 리폼해 판매
H-POEM, 업사이클링 가구 전세계 수출
리블랭크, 옷 기증받아 가방으로 재탄생

‘디자인 마법 ’입고 새 트렌드 창조



속는 것(?) 아닐까 싶은 불안감, 지워내고 싶은 다른 이의 손때. ‘중고’라는 말을 두고 이런 우중충한 느낌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트렌드를 모른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중고는 실속형 소비의 일환이자,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선택이며, 기존 업체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활동이다.

1993년 스위스의 형제 디자이너 다니엘과 마르쿠스 프라이탁이 만든 ‘프라이탁’은 중고의 변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프라이탁은 이 형제들이 ‘20만㎞는 달린 듯한 트럭의 방수포로 메신저백을 만들면 멋지겠다’는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해 버려질 트럭 방수포로 만든 가방을 선보이는 에코백 브랜드로 거듭났다.

프라이탁은 가방의 모든 부분을 버려지는 자재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가방끈은 자동차 안전벨트이고, 안감은 에어백, 겉감은 방수포 등 각종 재활용 자재를 한자리에 모은 형태다.

‘재활용 가방(?)’이다 보니 같은 모델이라도 겉모양은 천차만별이다. 겉감으로 쓰인 방수포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에 있는 프라이탁 매장에서 만난 김미경(25ㆍ여) 씨는 “같은 모델이라 해도 방수포에 새겨진 글씨나 색이 달라, 결국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가방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프라이탁의 매력을 설명했다.

프라이탁 매장

프라이탁 매장에 나온 상품은 가방부터 스마트폰 파우치, 노트북 케이스 등 그 종류가 5~6가지였다. 가격대는 10만원대부터 20만원을 훌쩍 넘기는 제품까지 있었다. ‘한낱’ 트럭 방수포가 10만~20만원짜리 가방이 됐다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프라이탁에 담긴 가치를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정재영(29) 씨는 “나만의 가방을 가질 수 있다는 매력이나 방수 재질이 주는 기능성, 환경 보호 등의 의미를 생각하면 십수만원의 가격은 비싼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라이탁은 친환경적인 소비를 통해 나만의 가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 세계에 500여개의 매장을 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간 440t의 트럭 방수포, 3만5000개의 자전거 타이어 튜브, 29만개의 자동차 안전벨트가 프라이탁에서 멋진 가방으로 재탄생한다.

중고의 무한 변신은 유통의 본류인 백화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중고 모피전’을 진행했다. 백화점에서 모피는 단순한 방한의류가 아니다. 허례라는 사회 일각의 비판에도 예단 목록에 수시로 들어가는 품목이다. 그만큼 프리미엄 의류를 대표하고 있기도 하고, 타 유통 채널은 따라올 수 없는 고급 소비의 상징이다.

이랬던 모피에 ‘중고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세계의 중고 모피전은 고객들로부터 입지 않는 ‘장롱 모피’를 전달받아 진행한 것이다. 

신세계 리폼

모피는 유행에 뒤처진 디자인이나 색상은 자칫 초라해보일 수 있어 의외로 입지 않고 장롱에만 넣어두는 ‘장롱 모피’들이 많다. 그렇다고 500만원, 6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의류를 선뜻 누군가에게 주기도 어려운 일이다.

신세계는 고객들이 가져오는 장롱 모피를 보관 상태 등에 따라 일정 금액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주고 매입해 전문 리폼업체에 맡겼다. 리폼을 통해 탄생한 중고 모피들은 시세의 3분의 1 수준까지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지난 2월 처음으로 의정부점 행사장에 나왔다.

의정부점에서 시범 삼아 시도했던 중고 모피전은 준비했던 300벌이 행사 기간에 전량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는 의정부점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인천점과 영등포점에서 총 400벌의 중고 모피를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한여름에 진행되는 행사임에도, 준비물량의 95%에 해당하는 386벌이 팔렸다.

프라이탁 같은 에코 브랜드가 외국으로 수출되는 사례도 탄생했다.

H-POEM(에이치 포엠)은 오랜 세월을 견딘 빈티지 가구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제작해 업사이클링(재활용) 가구를 선보이는 회사다. 2008년 처음 재활용 가구를 만들어낸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호주 시드니 등 여러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강현진 H-POEM 실장은 “중고를 재사용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며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며 “특히 가구는 과거에 행해졌던 무차별 벌목이 우리에게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 재활용ㆍ재사용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고 진단했다.

리블랭크는 버려진 의류나 가죽 등을 기증받아 가방이나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업이다. 리블랭크의 옷은 탤런트 이민호와 걸그룹 에프엑스 등이 입어 유명해지기도 했다.

(왼쪽부터) 리블랭크 에코백, H-POEM 제작 의자들

소셜커머스업체인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도 중고 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위메프는 지난 1월 온라인 벼룩시장인 판다마켓을 인터넷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보였다. 판매자가 판다마켓에 개인 가게를 만들고, 팔고 싶은 물건을 올리는 식이다.

구매자는 판다마켓에 올라와 있는 제품들을 살펴보면서 판매자와 거래해 원하는 중고품을 살 수 있다. 벼룩시장의 온라인판인 셈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며 “개설 2개월 사이에 20만개의 제품이 판다마켓에 올라왔고, 지난달 기준으로는 등록된 중고품이 100만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도현정ㆍ이슬기 기자, 정다빈 인턴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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