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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앤드>중고차 수출상, “우리 손을 거치면 고물차도 수출차로 변신”

[인천= 김상수기자] “국내에선 폐차 취급받는 중고차가 수출 시장에선 효자로 전 세계를 누빕니다. 돈도 벌지만 보람도 큽니다.”

2007년부터 중고차 수출 사업을 시작한 이종균 에스엔티무역 대표. 벌써 7년째 중고차와 동거동락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위험부담도 크지만, 보람과 재미도 있는 게 중고차 수출 사업”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중고차에 새 삶을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로 이미 수명을 다했다며 버려질 운명에 처한 중고차들, 이들에게 다시 ‘제3의 인생’을 선사하는 사업가들이다. 중고차 수출상들이 바로 그 주인공. 한국 고객이 더이상 찾지 않는 중고차를 중동 모래바람 속으로, 러시아 눈보라 속으로 수출하는 수완이 대단하다. 틈새시장을 개척해 수익도 내고, 자원도 아끼고, 한국도 홍보하는 ‘일석삼조’의 비즈니스가 중고차 수출사업이다.

지난 2일 찾아간 인천 서구 중고차 수출단지. 이곳은 200여개의 중고차 수출업체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공터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고차가 가득 차 있었다. 사무실이 모두 가건물로 돼 있는 것도 흥미롭다. 차량 주차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중고차와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 여기에 온 중고차는 대부분 국내에선 이미 중고차로 팔리지 않는 모델들이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차부터 범퍼가 너덜너덜한 차량들도 당당히(?) 전시돼 있었다. 국내에선 살 사람이 없지만 해외에선 수요가 있는 모델들이다.

<사진설명> 인천 서구 중고차 수출단지 내에서 이종균 에스엔티무역 대표가 매입을 앞둔 중고차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김 대표는 “다마스, 라보, 아반떼HD, NF쏘나타 등 다양한 차종이 인기를 끈다”며 “특히 이젠 단종된 누비라도 수출 시장에선 인기 모델”이라고 전했다. 대 당 70만~80만원에 매입해 100만원 내외에 수출하는 식이다. 고객 입장에선 폐차해야 할 누비라를 이 정도 가격에 파니 좋고, 수출상은 이 과정에서 이윤을 얻는다. 해외 바이어도 저렴한 가격이 차량을 구매할 수 있으니, 모두가 만족스러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중동 시장의 지속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중고차 수출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에 따르면, 1992년 3177대에 불과했던 중고차 수출대수는 2001년 11만177대로 처음 1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중고차 수출도 덩달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8년 23만617대에 이어 23만6198대(2009년), 21만3915대(2010년), 24만8275대(2011년) 등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31만1523대로 역대 최초로 연간 수출 3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엔 1~7월까지 14만4170대를 기록 중이다.

물론 판매 부침을 겪는 트랜드는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딜러들에 따르면, 중동은 국내 중고차 수출 시장을 이끈 주역으로, 지금도 수출의 70~80%를 중동이 차지한다. 라오스나 러시아도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정부가 중고차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춤하고 있다고. 한 때 라오스도 인기 수출국이었으나 현재는 수출 판로가 막혀 있는 상태이다. 요르단에 이어 지난해에는 리비아가 새로운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딜러는 “매년 상황이 바뀌니 위험부담이 크다”며 “각종 외교소식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게 중고차 수출사업”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고차 수출에서 가장 큰 산은 바로 일본업체. 이미 일본업체는 일찌감치 전 세계 주요 시장에 중고차 수출 네트워크를 갖춰놓은 상태이다. 인천 엠파크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만난 이덕규 성진무역 대표는 “수출 판로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특히 중고차 시장에선 아직 일본차에 비해 국산차 경쟁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 역시 “일본이 중고차 사업을 펼치면서 이를 외교의 일환으로 접근했다”며 “자동차를 파는 게 아니라 일본이란 나라를 알린다는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동에 한국 중고차가 잘 팔리는 것 역시 한국에 대한 친숙도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한국기업이 활발히 진출하면서 자연스레 한국과 한국차에 친숙하게 됐고, 그 결과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 중고차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고 한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엠파크 중고차 수출단지는 130여개의 중고차 수출업체가 모여 있는 수출단지로, 이 곳에는 수출을 앞둔 중고차가 공터에 가득 주차돼 있다.

취재하는 도중에도 중고차를 실은 트럭이 쉼없이 수출단지를 오가고 있었다. 김 대표는 “바이어와의 인맥과 원활한 차량 확보 등 해야할 일이 많은 직업이지만 보람도 큰 직업”이라며 “급격한 성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도 꾸준히 중고차 수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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