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눈망울의 여성이 어딘가를 응시한다. 관골(광대뼈)과 입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얼굴은 강직해 보인다. 허나 눈만은 사슴처럼 촉촉하다. 요절한 한국의 표현주의 화가 최욱경(1940~1985)이 그린 자화상이다. 서울대 미대(서양화 전공)를 나와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간 최욱경은 실력을 인정받아 장학금을 받아가며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대학 강단에 서며 추상표현주의 등 유행사조를 받아들이며 치열하게 작업했다. 그리곤 ‘한국적 색채 추상’을 완성했다.
최욱경의 자화상은 낯선 이국땅에서 동양인이자 여성으로서 가졌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작품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