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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완득이'를 위하여> “진통없는 다문화 없어…보이지않는 마음의 벽부터 없애라”
<10 · 끝> 다문화 미래 전문가 좌담
“성과 위주의 다문화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맞이한 다문화 사회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우선돼야 하죠.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서 각종 다문화 정책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헤럴드경제는 다문화 기획 시리즈‘ 행복한 완득이를 위하여’를 마무리하면서 한국사회의 다문화 정책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한국 다문화연구학회 차윤경 한양대 교수, 박지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 신현옥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진통 없이 맞이할 수 있는 행복한 다문화 사회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빨리 빨리’ 정신을 앞세운 성과주의식 정책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중ㆍ장기적 정책 목표를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의 다문화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다문화연구학회 차윤경 한양대 교수=전반적으로 다문화 정책이나 교육을 보면 ‘지엽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뿌리나 줄기도 없이 ‘다문화 가정’이라는 범주안에서만 여러 다문화 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 사회에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함께해 봐야하는 시점이다.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진지한 논의 없이 ‘다문화’라는 타이틀 안에서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는 물론 개념부터 잡아야 하는데 그냥 타문화를 다루면 ‘다문화’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주로 한 근시안적인 정책 집행도 문제다. 다문화 정책에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박지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미디어에 비춰지는 결혼이주 여성상은 전통적인 효부상이 대부분이다. 우리사회가 원하는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그런 순응적인 삶을 살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통제하겠다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미디어가 왜곡된 ‘다문화’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만큼, 그런 변화를 이끄는 데에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현옥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전 여성가족부 정책보좌관)=외국인 정책 대상이 대략 150만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실제 정책 포커스는 다문화 가정 위주로 26만명에게만 맞춰져 있다. 조선족, 외국인근로자, 유학생 등은 배제하고 다문화를 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문화 가정 중심적인 접근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문화 정책을 추진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신 소장=경기도 부천 소재의 한 학교에서 ‘다문화 특별 학급’을 별도로 만들었다. 다문화 자녀지만 한국어도 잘하고 굳이 다문화 특별 학급에 들어갈 이유가 없는데도, 그 반에 배속돼 아이가 학교가기 싫다고 울며 힘들어 한 사례가 있었다. 다문화 자녀들을 별도의 학교에 분리시키는 것 또는 일반학교에서 별도의 반을 운영하는 방식이 오히려 통합보다는 분리ㆍ갈등을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차 교수=동의한다. 심리실험 결과, 아이들을 무작위로 나눈 뒤 한쪽에 빨간딱지, 파란딱지 붙여 게임하면 금방 분열이 생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로 경쟁하며 싸우고 적대시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게 범주화할수록 집단 사이에 간격과 적대감이 높아진다는 거다. 다문화 정책의 목적이 사회통합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격리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박 교수=지원과 혜택이라는 이름으로 ‘시혜적’ 접근이 돼서는 곤란하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이 굳이 필요없거나, 지원을 원치 않는 경우에도 받아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다문화 가정 지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때다.

▶설 교수=정책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전략과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산을 따기 위해 ‘진단 없는 처방’과 ‘개념 없는 실천’만 앞서서는 곤란하다. ‘다문화 사회’라는 프레임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효과를 ‘수치’로 평가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차 교수=맞는 말이다.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 시스템을 리모델링해야 하는데 기존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결혼이주 여성들 정도만 한국화시키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다문화 사회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런 논의가 안 되면 예산 낭비와 역차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차윤경 한양대 교수                    박지훈 고려대 교수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              신현옥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

사회적 통합 강조하면서            이주여성에 전통 효부상 강요   성과위주 근시안 정책 그만     소외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
되레 격리시키는건 아닌지        자칫 이미지 고착화 우려           차별금지법 국회서 논의 후     학교중심적 교육 벗어나
성공적 롤모델부터 개발            패러다임 변화 미디어가            다문화정책 컨트롤타워            취업 · 진로 등 관심 가지도록
                                                       앞장을                                           세워야
 
-예산 중복과 정책 사각지대 해소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인다면?

▶신 소장=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다문화 정책이나 지원이 지나치게 ‘학교 중심적’으로 이뤄질 경우 학교 밖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녀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경우, 5000명 넘게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정책 대상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진로, 취업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소홀히 하면 향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설 교수=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전략적으로 키우면 우리 미래의 유능한 인적자원이 될 수 있다. ‘다문화 출신도 노력하면 우리 사회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연스런 인식과 선례가 다문화 청소년들에겐 필요하다.

▶차 교수=특히 공공서비스 종사자들 중에 다문화 가정 출신들이 많이 진출해서 긍정적인 ‘롤 모델’을 자꾸 만들어가야 한다. 결혼이주 여성 등 일부 소수집단만 대상으로 정책을 분리ㆍ시행하기보다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복지나 지원이 전체적인 복지시스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지원을 위한 지원’ 등의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박 교수=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문화 정책을 전반적인 복지 시스템 안에서 녹여내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이를 ‘역차별’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다문화 정책은 어떤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차 교수=교육 및 공공서비스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큰 비용 없이도 할 수 있는 노력이다. 유아교육과 교사부터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등 공공서비스 관련 종사자들의 선발과 양성 과정에 다문화 관련 교과목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시험에도 반영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각 부처에서 공적인 사업에 예산을 쓸 때 다양한 사람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반영하는 정도를 평가할 수도 있다. 소위 ‘다문화 인증제’ 같은 것을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설 교수=아직도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 또 교육측면에서는 교과서에 다문화 관련 긍정적ㆍ부정적 내용들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기존에 해오던 틀을 깨고 다문화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학교나 기관의 의지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교수=‘다문화’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미디어에서의 적정 다문화 재현 빈도수 등 다문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절차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다. 미디어에서 다문화에 대한 노출이 많이 될수록 관련 논의도 활발해질 거라 생각한다.

▶신 소장=법적인 부분이다. 시급한 건 ‘차별금지법’ 통과다.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이주아동관리법’도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미등록 아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기본적인 의료권 등 사회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데 통과될 듯 하면서도 안 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다문화 관련 사업을 실시할 때 지침이 될 수 있는 ‘다문화 사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실제 정책 집행은 제각각 이라면 의도치 않은 정책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제도권 밖에서 임시 노동자로 일하며 살아가는 10대 다문화 청소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리=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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