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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흔들리는 ‘아세안의 맹주’ 인도네시아... 외환위기 재연 우려 고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폭락으로 수입물가 상승ㆍ경상적자 증가 악순환


지난달 28일 오후 자카르타 시내 블럭M. 카르푸 등이 들어선 서민대중 쇼핑거리는 퇴근 시간 무렵인데도 한산한 편이다. 루피아화 폭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건값이 비싸진 탓이다.

건설업을 하는 현지 교민 박노정(46) 씨는 “환율급등과 주가폭락 등 경제지수 변화를 주민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물가상승은 체감하고 있다”며 “각종 생필품 뿐 아니라 철근,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도 올라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안(ASEAN)의 맹주’ 인도네시아가 흔들리고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서민거리 블럭M. 서민들이 애용하는 삼륜택시 ‘바자이’와 오토바이, 승용차들이 뒤섞여 거리를 달리고 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인도네시아 위기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침체에 따른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 철, 니켈, 유연탄, 망간, 석유, 가스, 팜유 등 천연자원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올들어 시작된 원자재값 하락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증가하고 있다.

상품 수출입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주원인이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대부분의 내구성 소비재를 수입해다 쓰는 탓에 올들어 누적 무역적자액은 35억달러에 이른다.

즉, 수입은 줄었는데도 지출은 증가하는 구조가 됐다. 게다가 미국의 달러화 공급 축소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루피아화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며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 중이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궁에서 비상원탁회의를 열고 ▷30% 이상 수출기업에 세제 혜택 및 자동차 등 사치품 세금 2배 인상(75%→125∼150%) ▷적자예산 2.38% 이내 편성 및 노동집약 산업에 대한 세금감면 ▷중앙은행을 통한 적정수준 물가유지 ▷외국인투자, 자원개발 인허가 원스톱서비스 등 위기극복 4대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경상적자 해소를 위해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촉진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이번 경제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1998년처럼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는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부 장관, 차팁 바스리 재무부 장관, M. 하다얏 산업부 장관, 아구스 마르토와르도요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관료 외에 민간인 신분의 소피안 와난디 경영인총연합회 회장까지 참석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한 기업인은 “루피아화 가치가 떨어졌지만,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아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도 그만큼 하락하고 있다”며 “게다가 인건비까지 상승하고 노동시장 경직성도 커져 애로점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2012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 2/4분기 98억5000만달러로, 전분기(58억달러) 대비 70% 가량 늘어났다. 인도네시아 증시도 하락을 거듭해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8월 28일 기준 3994.01로, 정점이던 5월 20일(5214) 보다 석달 새 24% 가량 떨어졌다.

루피아화 가치는 4월 이후 5개월 동안 63%나 떨어져 달러당 1만1000루피아선에 도달했다. 한달 이내에 달러당 1만1733루피아까지 떨어질 것으로 싱가포르 은행들은 전망하고 있으며, 루피아화 약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까진 외국인투자 유입이 줄고,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인도네시아 국채 가격도 폭락을 거듭해 8월 말 21년물 장기채의 경우 수익률이 9.14%로, 전월보다 0.62% 포인트나 높아졌다. 10년 물도 이 기간 0.23%포인트 상승한 8.74%로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싼 값을 치르고 외화를 조달하고 있는 셈이다.

사무엘 세쿠리타스 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나 수리스티아닝시 씨는 “정부의 비상대책들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를 늘리고 루피아를 강세를 유도하는 정부 프로그램은 확대되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는데 실패했다”며 “루피아화 지속적인 약세와 금융시장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그래픽)자카르타종합지수(JCI) 추이

2012년 8월 28일 3954, 2013년 2월 22일 4605, 2013년 5월 20일 5214, 2013년 6월 20일 4602, 8월 30일 4195, 9월 2일 4101

*자료=인도네시아 스톡워치

(그래픽)달러당 루피아화 환율추이(2013년 8월 한달)

1일 1만288, 12일 10.287, 14일 1만297, 16일 1만392, 19일 1만451, 21일 1만723, 23일 1만848, 27일 1만883, 28일 1만955, 30일 1만925, 9월 2일 1만922

*자료=자카르타 인터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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