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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혹세무민(惑世誣民)
세계적 건축디자이너 페터 춤토르는 지난해 가을 노르웨이 북동부 핀마르크주 바랑에르에 ‘스타일네셋 기념관’을 세운다. 인근 러시아 접경지역인 바르되에서 16~18세기 있었던 마녀사냥의 잘못을 뉘우치는 추모 박물관<사진>이다. 노르웨이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마녀사냥이 매우 적었음에도 17세기에만 91명의 중하층 부녀자와 독거노인이 마녀라는 이유로 화형당했다. 당시 지배계층은 부패해 신뢰를 잃었고, 민생이 피폐해지자 서민의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지 않고 마녀를 겨냥하도록 책임 전가 혹은 세뇌하려고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한다.

중세 후기 지배층은 나이든 부녀자로 희생양을 고른 뒤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속인다’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죄를 뒤집어 씌웠다. 하지만 실제 혹세무민은 부패한 지배층이 저지른 짓이다. 마녀사냥의 희생자는 400년 후에야 복권됐다. 명나라는 불교를 혹세무민의 종교로 간주해 배척했지만 명 왕조 중반 이후 수-당 때 못지않은 대중의 호응이 있자 슬며시 압박을 늦춘다. 우리의 크리스트교는 200년 박해받은 끝에 정신적 지주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고,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는 혹세무민의 죄명으로 처형당했다가 죽은 지 43년 후에 사면된다.


요즘 정치판에서 한쪽이 “혹세무민 말라”고 하면, 반대쪽에선 “그게 혹세무민”이라고 한다. 특정 언론 보도, 의약품의 효능 등을 두고도 맞붙는 양측이 서로 혹세무민이란다. 혹세무민 공화국이다. 능란한 언변에 선량한 국민은 언제 미혹될지 모른다. 사필귀정을 기다리기엔 마녀사냥, 양심 억압의 결과는 너무나 길고도 참혹하다. 상식과 분별력을 갖고,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될 때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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