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위화 지음,문현선 옮김/푸른숲=‘허삼관 매혈기’ ‘인생’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중국 소설의 재미와 인생의 이면을 보여준 위화의 신작 장편소설. 작가 스스로 ‘30년 문학인생의 결정판’으로 꼽는 작품이다. 책은 주인공 양페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난 후 이승은 떠났지만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한 7일 동안 지난 삶을 되짚어보며 인생의 본질과 삶의 풍경을 재구성해낸다. 특히 죽은 양페이에 의해 그려지는 화장장의 풍경은 씁쓸하다. 귀빈을 위한 수입용 가마와 호화묘지, 유기농 묘비와 수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애도해줄 유족도 없는 양페이 같은 이들의 대비는 풍자적이다. 7일 동안 지난 삶을 돌아보는 작가의 시선은 담담하다. 그 상황만의 논리가 있다고 본다. 인간의 강인함과 우유부단함, 인생의 복잡함과 간결함을 두루 펼쳐보인다.
▶고대 희랍·로마의 분노론/손병석 지음/바다출판사=분노는 흔히 부정적 감정으로 평가돼 왔다. 일상생활에서 그 폐해는 널려있고 학문적 영역에서도 분노가 포함된 감정의 영역은 이성의 빛 아래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탓이다. 저자는 고대 희랍과 로마 철학자들의 저술 연구를 통해 분노의 다양한 속성과 양태, 진단과 방책을 면밀히 검토한다. 일리아스와 오뒤세이아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과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분노들을 ‘분노의 스펙트럼’ 안에 배열하고 분노의 사회ㆍ정치적 맥락을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폴리스 중심 사회에서 신과 영웅, 왕의 분노와 통제가 어떻게 야만 사회에서 문명 사회로 이행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했는지, 또 정치적 이익과 공동체의 통합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