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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릿, 놀랍다 못해 불가해한 작품
초상화와 함께 작가와 작품세계 소개
[북데일리] 카프카의 작품들은 어디까지나 프라하라는 독특한 정황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며, 우선적으로 이러한 정황 및 거기 사는 유대인들에만 연관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밀려난 존재들, 비난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향과 소외에 대한 탁월한 비유인 것이 입증되었다. 말하자면, 카프카가 묘사한 유대인의 비극은 후세의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인간 실존의 극단적 예증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219쪽)

<작가의 얼굴>(문학동네. 2013)은 문학에 관심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주인공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독일 문학계에서는 ‘문학의 교황’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권위있고 유명한 인물이다.

여느 문학 에세이와 다른 점은 작가들의 초상화가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저자는 1967년 몸담고 있던 회사로부터 집필 의뢰와 함께 초상화 그림 한 점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이후 주로 독일 작가들의 초상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책은 이 중 60점 정도를 소개한다. 이런 배경을 보면 초상화가 글에 영감을 준 셈이다. 독자들은 도입부마다 ‘걸려있는’ 초상화를 따라 작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문학 에세인 까닭에 작가와 작품 세계에 대한 정보를 읽을 수 있다. 글이 현학적이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하이네의 서정시는 섬세하면서도 신랄하고, 격정적인 동시에 풍자적이고, 종종 슬프지만 그러면서도 익살스럽다. 해학이 있었기에, 독일인이자 유대인인 하이네가 온 유럽에서 받아들여졌고, 엄청난 사랑까지 받을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유럽은 이 영원한 실향민, 이 망명자를 당대 문학의 중심인물, 세계 시인으로 보았고, 바이런의 계승자로 인정하지 않았나. (75쪽)

저자는 익히 알고 있던 작품에 대해 우리가 잊었던 사실을 일깨우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과연 이 작품을 뭐라 불러야 할까. 심리 드라마, 역사물, 살인극, 혹은 시대를 망라하는 정치극, 아니면 철학적 비극? 그렇다. 이 모두에 다 해당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한 사람이 써낸 바로 그 한 작품이 말이다. 어떤 세대든 <햄릿>속에서 자기 자신을, 자신의 문제와 고초, 자신의 좌절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대개는 찾던 것을 발견해낸다. 바로 이 점이 대단하고 기막히고 놀랍다못해 가히 불가해하며, 바로 이런 까닭에  <햄릿>은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최고의 극작품으로 꼽힌다. (14~15쪽)

이 정도면 <햄릿>을 다시 읽고 싶지 않겠는가. 옮긴이가 이 책에 대해 말한 다음 대목은 옳다.

“누구든 이 책에서 토마스 만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면―그의 말투를 흉내내어 장담하건대―<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찾아(혹은 다시)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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