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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2013년 주택임대시장의 현주소..‘월세’는 빈집 속출-‘전세’는 로또 대우?
[헤럴드경제= 윤현종 기자ㆍ강대한 인턴기자] #1. 서울 노원구의 전용면적 58㎡ 아파트를 월세로 내놓은 이 모(59)씨는 세 달 째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1억 3000만원짜리 전세를 받아왔지만 올 봄 계약이 만료되자 세입자를 내보냈다. 대신 이씨는 이 매물을 보증금 7000만원, 월 50만원 짜리 월세로 돌렸다. 몇달 째 세입자가 없는 상태지만 그는 이를 전세로 되돌릴 생각이 없다. 요즘 시세에 맞춰 보증금 2000만원이 오른 전세(1억5000만원)를 받아도 은행(예치 3개월, 금리 2.5%기준)에 맡겨봐야 이씨가 받을 이자는 월세 절반 수준인 월 26만원. 그는 “가을 이사철까지 1∼2개월 더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지난 7월말 서울 성동구의 전용 59㎡아파트에 전세 3억5000만원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한 직장인 박 모(40)씨는 요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한달 새 전셋값이 3000만∼5000만원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계약할 때 공인중개사가 ‘당신은 로또에 당첨된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씨와 박씨의 사례는 ‘월세 과잉, 전세 품귀’로 대변되는 2013년 주택임대시장의 현주소다.

이같은 월세화 현상의 단면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로 매물이 늘면서 몇 달 째 비어있는 월셋집이 속출하고 있다. 5억원 이상 고가 전세도 일부 월세를 낀 ‘반전세’로 바뀌며 월세 과잉을 부채질한다. 반면 씨가 마른 전세는 ‘계약 = 로또 당첨(?)’이라는 인식마저 퍼지고 있다. 

‘월세과잉, 전세품귀’로 대변되는 주택임대시장의 월세화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집주인들의 월세선호로 매물이 늘면서 몇 달 째 비어있는 월셋집이 속출했다. 반면 씨가 마른 전세는 계약성사가 곧 ‘로또당첨’에 비견된다. 사진은 ‘빈집월세’가 생기고 있는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빈집대란’ 현실화 하나= 월세를 고집하는 집주인들은 집을 비워둔채 길게는 3∼4개월씩 세입자를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중인 저가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단지별로 월세 매물 대비 빈집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일부 빌라촌에선 3개월 이상 공실인 월세 매물이 3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상태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서울 노원구 일대다. 월세 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계 및 인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30일 현재 상계주공 단지(공급 42∼118㎡)내 전ㆍ월세매물이 한 건이라도 나온 14개 단지 중 월세매물 수가 전세와 같거나 많은 단지는 9개다. 이들 지역의 월세 매물은 51개로 전세(30개) 물량보다 1.7배 많다. 상계동 한 주공단지 내 A공인 김 모 대표는 “전세는 한 건도 없고 월세로만 나온 단지도 있다”며 “월세 세입자만 받는 집주인이 늘면서 기본 2∼4개월 이상 공실인 집들이 월세 매물 대비 20%가량 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전세보다 월세 가구가 많은 다세대ㆍ빌라 밀집 지역의 경우 ‘빈집 월세’비중은 더 높았다. 적게나마 있던 전세 매물마저 월세로 전환되면서 공급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다세대 주택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강남구 역삼동의 B공인 남 모 대표는 “지하철 신논현역 근방 4개 블록에서 공식적으로 추산 할 수 있는 매물 1200여개 (전용 46㎡,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10만원 기준) 중 30%정도는 공실기간이 3∼4개월”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소, 이 일대엔 월세공급이 더 많아지면서 장기대기 중인 매물도 늘고있다.

▶반전세 ‘빈 집’도 속출…월세과잉 부채질= 월세의 공급증가 현상은 전세 시세가 상당히 높은 강남권 아파트에서도 두드러진다. 이는 반(半)전세 매물의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균 5억∼7억원 대인 전세보증금을 일시에 빼주기 부담스러운 집주인들이 조금이라도 월세를 받기 위해 기존 전세를 보증금 대비 월세 1%미만의 물건으로 바꿔 내놓는 식이다. 실제 전용 59∼222㎡의 전셋값이 7억∼17억원선인 서초구 반포동 A단지의 경우 인근 공인중개사 9곳이 갖고있는 월세매물 40건 중 반전세물건은 19건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러나 반전세 물량도 매물이 많아지면서 ‘빈 집’이 생기고 있다. 최근 보증금 1억원, 월세 320만원으로 계약된 반포동 B단지 전용 86㎡의 경우 두 달 가량 대기하던 물건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이 모 대표는 “월세가 일정액을 넘을수록 대기기간도 길어진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월세과잉 현상은 예비 세입자들에겐 달갑잖은 ‘월세 거래 급증’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2~7월) 주택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거래 비중(반전세 포함)은 평균 38.4%로 전년 동기(33.7%) 대비 5%포인트 가량 늘었다. 아파트의 상반기 월세거래 비율도 평균 30.2%로 작년보다 5.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7월 기준 아파트 월세거래 비중은 33.3%로 최근 2년새 가장 높았다.

▶월세 거래로 등 떠밀리는 세입자…‘전세계약은 로또 당첨’?=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세 거래는 씨가 마르고 있다. 실제 KB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88.7로 2011년 2월 첫째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초과할 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뜻한다. 전세 공급이 극단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전세계약 자체가 ‘로또복권’ 당첨에 비견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에서 올 3월 이후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5.8% 상승, KB기준) 강서구 소재 C공인 관계자는 “전셋집이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월세계약을 하는 손님들이 상당하다”며 “요즘 전세계약은 그 자체로 로또나 마찬가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월세과잉, 전세품귀’현상이 단기간에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저금리 기조가 완화된다 해도 임대차시장 패러다임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상황에서 한번 월세로 돌린 집주인이 전세로 되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종 기자ㆍ강대한 인턴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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