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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 엑소더스’ 차단…각국 시장개입 · 통화스와프 공조 투트랙
美 출구전략 악재…각국 ‘위기 바이러스’ 해결책은
인도 달러화 유출방지 ‘애국채권’
800억 루피규모 국채매입도 추진

印尼 금리인상 환율방어 안간힘
고급차 등 명품 판매세 인상도

브라질은 통화스와프 계약연장
터키도 리라화 방어 외화 매각

전문가 “연쇄적 외환위기”우려속
일부선 “자본 선순환 과정” 주장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사 발언에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신흥국 정부는 버냉키발(發) 악재에 대처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해법에 대한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신흥국 위기 해법 키워드, ‘개입’과 ‘공조’=신흥국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한편,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주변국과 공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위기의 진앙지인 인도는 구원투수로 라구람 라잔 중앙은행 총재 지명자를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4일 취임하는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이미 달러화 유출을 위한 대책으로 ‘애국채권’을 언급했다. 인도 밖에 거주하는 인도인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그 외에도 국채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공개시장에서 800억루피 규모의 국채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국기업의 해외투자를 제한하고, 금ㆍ은의 수입 관세를 인상시켜 자본 유출을 최대한 막겠다는 복안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과 7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와 0.5%포인트씩 올리면서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수입 억제 및 투자 확대 정책 패키지도 발표했다. 수출기업과 자원개발 투자자에는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동시에 석유 수입을 줄이고 고급차나 명품의 판매세를 인상해 수입 제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브라질은 폭락하는 헤알화를 방어하기 위해 최소 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을 통해 600억달러 규모의 시장개입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지난 4, 5, 7월 3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에 나서 연내 9%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9.25%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들어 계속된 달러화 강세 때문에 전망치를 9.75%로 높였다.

브라질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22일 현재 3727억72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중국ㆍ일본ㆍ러시아ㆍ스위스ㆍ대만에 이어 세계 6위 규모에 해당한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지난주 달러당 2.353헤알에 마감됐다. 헤알화 환율은 지난 21일 달러당 2.451헤알로 2008년 12월 9일의 달러당 2.473헤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개월 연속 금리인상에 나선 터키도 리라화 방어를 위해 21일부터 매일 최소 1억달러의 외화를 매각하는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외화 매각 규모를 하루 1차례 상향조정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경제 기초체력을 키워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2030년까지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실업률을 끌어내리기 위해 국가개발계획(NDP)을 마련했다. 지난 20일에는 2015년까지 아프리카 26개국을 잇는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고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사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며 브릭스 국가의 투자를 요청했다.

▶신흥국 ‘위기’의 서막인가, 자본의 ‘선순환 과정’인가=신흥국의 잇단 외환위기 방지책 가동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신흥국이 1997년처럼 연쇄적 외환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신흥시장의 황금기가 끝났다”며 “금융위기 및 통화위기와 함께 디폴트(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애쉬버튼인베스트먼트의 데리 픽포드 애널리스트는 또 Fed에서 촉발된 신흥국의 경기후퇴가 거꾸로 미국과 선진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흥시장에 ‘퍼펙트스톰’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신흥국 경제와 금융구조가 견고하고 투명하게 개선됐다는 점을 들어 외환ㆍ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신흥국의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기미는 매우 적다고 내다봤다. FT는 지난 23일에도 신흥국의 자본 이탈은 일시적인 시장 조정 과정일 뿐 아직 위기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Fed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신흥시장에 인위적으로 유입된 자금이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선순환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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