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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블로거가 ‘조작된 왕의 권위’를 향해 일으킨 작은 반란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2013년 3월, 인터넷에 프로그램 하나가 공개됐다. 이름 하여 ‘작은 자동방문 프로그램’. ‘작은파워블로거’라는 블로거가 직접 제작한 실시간 어뷰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네이버 블로그 아이디와 특정 게시물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게시물의 방문자 수를 늘려준다. 실제 블로그에 방문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방문자 수가 신기하게도 쭉쭉 올라간다.

이쯤 되면 작은 파워블로거는 거의 범죄자다. 어디 주가조작만 조작인가. 블로그 방문자 수 조작, 검색결과 조작도 엄연히 조작은 조작이다.

그런데 그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아가 배짱 좋게 무료 공개한 이유가 흥미롭다. “조작과 어뷰징이 횡횡하는 블로그 세상, 차라리 어뷰징 자체가 무의미해지도록 모두가 함께하자”는 것이 그가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다.


방문자 수 조작을 통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일부 파워블로그의 ‘거짓된 권위’에 돌을 던진 것. 작은파워블로거는 “강남 유동인구가 20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모두 내 손님이 아니듯, 블로그도 마찬가지”라며 “블로그 방문자 수에 목을 매는 광고주와 거기에 이용당하는 ‘가짜 파워블로그’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모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일 방문자 수 만명을 달성하자”고 밝혔다.

그가 일으킨 반란에 누리꾼들도 호응을 보이고 있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에 이용되는 블로그들의 높은 방문자 수와 진정성 없이 파워블로거가 되고자 조작을 일삼는 일부 이용자들의 행태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

한 블로거는 “직접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니 단 몇 십분 만에 방문자 수가 수천명이 넘어갔다”며 “파워블로그 방문자 수의 허상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그의 의도를 반영하듯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방문자 수를 조작하는 블로그를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하는 메뉴가 마련돼 있다. 만일 이 감시에 걸린 블로그 게시물이 유해정보를 담고 있다면 네이버 유해게시물 신고센터로 즉시 신고도 가능하다.

새 시대의 왕좌가 된 파워블로그, 그리고 그 권위를 이용하는 세력에 작은파워블로거가 던진 작은 돌은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다시 한 번, 흥미진진한 왕좌의 게임의 시작이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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