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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 날줄로 엮은 여행의 기억..박승훈의 동유럽 여행기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어디선가 본 듯한 중세의 성당 내부다. 경건함과 고요함이 흐른다.

그런데 사진이 좀 독특하다. 손톱만한 사진조각을 대바구니처럼 촘촘히 엮은 것같다.

이 작품은 사진작가 박승훈(Park Seung Hoon)의 ‘TEXTUS 139-1’이란 작품이다. 박승훈은 대학(한양대)에서 관광학을 전공하고 50여개국을 배낭족으로 여행했다. 그리곤 사진이 좋아 신구대와 중앙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다시 전공했다. 그가 ‘Travel log(Eastern Europe)’라는 타이틀로 8월 20일부터 서울 이태원의 표갤러리(대표 표미선)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개인전에 작가는 문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여행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기록한 작업을 내놓았다. 작가가 된 후 박승훈은 자신이 과거 여행했던 곳들을 직접 찾아가 아련한 기억 속 대상을 다시 촬영했다. 특이한 점은 16mm 영화용 필름으로 건축물과 거리, 공간을 찍는다는 점. 그리곤 작업실로 돌아와 이를 작은 사각조각으로 잘라 일일이 손으로 엮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얼핏 보면 컴퓨터로 합성한 듯하지만 그는 철저히 아날로그적 기법으로 과거 추억 속의 공간과 대상을 씨줄 날줄처럼 엮는 것이다. 이에따라 작품에는 작가가 마주한 대상과 과거의 기억이 하나로 오버랩되며 그윽한 이미지로 구현된다.

박승훈. TEXTUS 139-1_Digital C Print_150cmx120cm_2013 [사진제공=표갤러리]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동유럽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이다. 과거의 흔적과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엮은 그의 연작들은 여행의 기억을 따뜻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품에서 고풍스런 건축물과 대도시 거리는 불완전한 형태의 이미지 파편들로 구성돼 있다. 그 작은 이미지들은 때로는 리드미컬하게, 때로는 불협화음을 빚으며 커다란 형상으로 조합된다.그 결과 미묘한 시각적 울림을 가진 독특한 파사드를 우리 앞에 드리운다. 침잠하는 듯한 중성적인 색채와 분절된 편린처럼 보이나 결국은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각 이미지들은 관람객을 아련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간다. 여행의 기억을 담은 여행일지같은 박승훈의 작업은 오는 9월 21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02)543-7337

yrlee@heraldcorp.com

박승훈. TEXTUS 142-1_Digital C Print_150cmx120cm_2013 [사진제공 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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