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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 · 스펙 그저그런 콰지모도役 딱 내 스타일”
내달 막오르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꼽추役 홍광호
흉측한 외모로 사랑 찾아가는役
관객과 호흡맞추려 원작 안읽어
작품흐름 이어가는건 배우의 몫


요즘 홍광호(31)만큼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뮤지컬 배우가 또 있을까. 데뷔 10년 된 지난해 ‘맨 오브 라만차’에서 허풍선이부터 초라한 노인까지 다중인격을 호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여세를 몰아 지난 7월에는 뮤지컬배우로선 처음으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콘서트까지 열어 전석을 매진시키는 ‘사고’를 냈다. 깜짝 출연한 TV예능 ‘무한도전’의 ‘무한상사’편이 화제가 되면서, 더불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열창한 저 배우가 누구냐”는 말들을 양산했다.

동시에 갑자기 뜬 스타에게서 보이는 ‘연예인병’이란 단어가 슬며시 흘러나왔다. 언론 노출을 피한 게 표피적 진단이었다. “배우가 아닌 홍광호로서 얘기하려면 쑥스럽기도 하고, 할 말도 별로 없고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에서 만난 홍광호는 완벽하게 준비되기 전에는 노출을 꺼리는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듯했다.

지난 3월 ‘살짜기 옵서예’ 이후 다음달 ‘노트르담 드 파리’로 6개월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는 홍광호는 개막일까지 한 달이나 남은 시점에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주부터 본연습에 돌입하면 외부 접촉은 피하고 공연준비에만 매진하고 싶어서란 해명이 뒤따랐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키며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하는 꼽추 콰지모도 역을 맡은 그는 “머릿속이 백지상태다. 역할에 대해 미리 잔뜩 그려놓으면 연출과 상의해서 다시 지워야 하기 때문에 항상 공연 전엔 백지상태로 둔다”고 말했다. 빅토르 위고 원작 소설도 읽지 않았다고 했다. ‘맨 오브 라만차’를 할 때도 세르반테스 원작 소설 ‘돈키호테’를 펼치지 않았다. 그는 “관객도 원작을 읽고 오는 게 아닌데, 배우가 원작을 읽고 연기하면 ‘관객도 알 것이다’고 착각을 하기 쉽다. 그래서 ‘공연’ 안에서 전달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프랑스 오리지널팀의 뮤지컬 DVD를 챙겨봤다. “솔직히 많이 지루했다”고 감상 소감을 전한 그는 “말(언어)이 달라 그랬다고 믿고 싶고, 우리말로 잘해서, 장면별로, 작품 흐름을 하나하나 배우가 잘 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팬들이 보내준 화분에 물 주기, 캐리커처 그리기, 집에서 음악 듣기가 요즘 최고의 흥행배우로 손꼽는 홍광호의 취미다. 뮤지컬이나 콘서트에서 보여 주는 에너지는 평소에는 꼭꼭 숨겨둔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그는 관객이 콰지모도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냐는 질문에 “콰지모도의 외모는 흉측한데 진정한 사랑을 얘기한다. 한국 사회는 외모, 스펙 따지는데 홍광호도 외모나 스펙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그 접점을 찾아주길 바란다”며 웃었다.

키도 그만그만, 외모도 특출하지 않고, 화려한 언변을 갖춘 것도 아닌데 이틀간 단독콘서트 전석 매진 기록을 낸 그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타 공인 풍부한 성량의 목소리다. 뮤지컬 무대에서의 넘버뿐 아니라 최근 발매한 디지털싱글 ‘발걸음’, 드라마 선덕여왕 OST의 ‘발밤발밤’ 등 대중가요에서 그의 목소리는 청자를 부드럽게 깔린 벨벳 카펫 위로 인도하는 듯하다. 부드러운 바리톤 음색에, 꿀 바른 성대라는 뜻의 ‘꿀성대’란 별명도 붙었다. 그는 “어머니는 미술 전공을 하셨는데 노래를 잘하시고, 아버지는 목청이 크시다. 두 분 다 성량이 좋으시다. 감각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누나를 따라 얼떨결에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뮤지컬 공연을 보며 흉내 내는 것으로 고교 시절을 보냈다. 성악공부를 따로 하진 않고 뮤지컬배우 조승룡(대진대 교수)로부터 호흡과 발성법 등을 배웠다. 그는 “콘서트 때 부른 것도 중학교 시절에 노래방에서 익힌 곡들”이라고 떠올렸다.

타고난 가창력에, 중고교 시절의 수학, 2002년 앙상블부터 시작한 무대의 경험 등이 토양이 돼 최고 흥행 뮤지컬배우란 현재의 타이틀을 만들어낸 듯했다. 그는 “이제까지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 누군가의 등에 떠밀려서 하느니 차라리 노는 게 낫다는 주의다. 앞으로의 역할도 그렇게 선택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콘서트를 할 때는 매일 콘서트만 해도 좋겠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다시 또 콘서트도 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9월 27일부터 11월 17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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