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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완득이' 를 위하여> “애국가 4절도 척척…이젠 우리문화죠”
<6> 문화의 벽 허무는 서울다솜학교
작년 문 연 첫 다문화고등학교
외국서 출생 입국한 77명 재학
컴퓨터 · 호텔관광 2개반 편성
2개국어 강사 8명 수업 보조


서울다솜학교 호텔관광과 1학년 문효주(18) 양은 지난 2008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당시 13세였던 문 양은 한국말을 전혀 몰랐다. 어머니가 중국인이라 집과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문 양은 한국어 예비과정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충북 보은군의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했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문 양이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중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성적은 좋지 못했다. 문 양은 결국 고민 끝에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다문화 고등학교인 서울다솜학교에 올해 입학했다. 문 양은 “일반 학교에서는 수업 이해가 어려워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다솜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이중언어 선생님의 도움으로 공부도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 안에 있는 서울다솜학교는 우리나라 최초 공립 다문화 고등학교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지난해 개교해 현재 다문화 자녀 77명이 공부 중이다. 국적은 필리핀 몽골 중국 베트남 일본 미국 등으로 다양하며, 6개 학급이 운영된다. 이들 학생 가운데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 입국 자녀가 51명으로,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입국 초기 일반 학교에 다니다 어려움을 겪고 이 학교로 왔다. 중국인 어머니를 둔 호텔관광과 1학년 유기(19) 군도 마찬가지다. 한국어를 몰랐던 탓에 2011년 입국한 뒤 한글교육센터에서 1년6개월간 우리말을 공부했지만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는 게 만만치 않았다. 
 이중언어 강사 도움 덕분에 서울다솜학교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매우 높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서울다솜학교는 유 군처럼 도움이 필요한 중도 입국 자녀들을 위해 한국어교육과정(KSL)과 이중언어 강사를 두고 있다. 베트남어 등 이중언어 강사 8명이 수업시간에 학생 곁에서 수업 내용을 따라가도록 보조해준다. 또 아이들을 컴퓨터미디어과와 호텔관광과 2개반으로 편성해 기초 교육과정은 물론 기술 교육과 심리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이런 특성화된 수업 방식으로 지방 먼 곳에서도 이 학교를 찾아오는 다문화 자녀가 많다. 이 학교 재학생 중 학교 인근에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을 얻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9명이다.

이춘근 서울다솜학교 교감은 “다문화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면 직업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잘 짜인 기술 교육을 통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게 학교의 교육목표”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나온 1회 졸업생 3명도 이 같은 직업 교육을 마치고 각자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2011년 입국한 장초(21) 씨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지만, 이 학교 3학년에 입학한 뒤 1년 만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일본인 아버지를 둔 이형준(19) 군은 일곱 살 때 입국해 초등학교 때부터 고 2 때까지 일반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받은 뒤 서울다솜학교 3학년에 입학했다. 이 군은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메이필드호텔전문학교에 진학했다.

서울다솜학교는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 이수도 체계적이다. 학년 진급을 하려면 1학년은 한국어능력시험(TOPIC) 2급, 2학년은 3급, 3학년은 4급을 통과해야 한다.

또 각 과에 맞는 기술자격증을 따야 하고, 교가 2절과 애국가 4절까지 암기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처럼 서울다솜학교는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치기 좋은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신입생 모집 때마다 미달 사태가 벌어진다. 현재 77명이 재학 중이지만 이 학교의 원래 정원은 120명이다. 이 교감은 “중도 입국 자녀의 경우 중학교 교육을 마치지 못한 경우가 많고, 출신국에 따라 학력증명서류 등을 준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입학이 저조한 편”이라며 “제도 보완을 통해 입학의 문턱을 낮추고 홍보활동을 통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다만 다문화 가정 교육 지원이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여건이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다문화 자녀들이 이중언어 수업을 통해 실력을 키운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 보배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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