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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호철> 좋은 일자리 창출, 파생시장에 주목해야
은행과 증권분야는 확대의 여지가 적다. 반면 파생상품시장은 성장의 여력이 크다. 실제 금융 파생상품이 1972년 처음 등장한 이후, 파생시장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열 배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일자리가 화두다. 복지도, 세금 문제도 고용이 풀리면 쉽게 해결된다. 그런데 취업 희망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일자리 중 ‘좋은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많이 나온다. 따라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금융산업의 트렌드를 읽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최근 금융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몇 가지 징후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7월 리보금리의 관리ㆍ운영권이 영국은행업협회에서 파생상품거래소(NYSE유로넥스트)로 넘어갔다. 이 리보금리는 세계적으로 약 500조달러 규모의 금융상품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또 지난 연말 200년 역사의 뉴욕증권거래소가 설립된 지 불과 10여년밖에 안 된 에너지 상품ㆍ선물거래소(ICE)에 팔려나갔다. 금융계의 막내인 파생상품시장이 맏형들을 접수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과 증권의 중요성이 줄었다는 건 아니다. 이들 분야는 성숙할 대로 성장해, 확대의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반면 파생상품시장은 성장의 여력이 크다. 실제 금융 파생상품이 1972년 처음 등장한 이후, 파생시장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열 배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금 파생상품시장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파생상품시장은 ‘저금리, 저성장’기조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파생상품은 경제 위험을 관리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경제가 어려울수록, 또 경기의 변동성이 클수록 수요가 커진다.

둘째, 파생상품시장은 지금 세계적인 재편기를 맞아 신사업 투자가 활발하다. 세계 각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가져온 장외파생상품을 안정되고 투명한 장내시장으로 끌어넣는 새로운 사업을 올해부터 전개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도 올해 중 중앙청산소(CCP)를 설립하고 곧 미국과 유럽에 영업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셋째, 파생상품시장은 자본력이 아닌 아이디어 싸움이기 때문에 우리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변동성지수(VIX), 날씨파생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수옵션ㆍ선물, 국채선물, 외환선물은 이미 상품군별 세계 10위권에 들어있어 보다 애정을 갖는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수년간 파생상품의 기초상품을 15개로 묶어 놓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거래세마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반면 미국은 파생상품시장 육성ㆍ관리를 위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라는 장관급 부처를 두고 파생기초상품 수를 1000개 이상으로 늘려줬다.

좋은 일자리의 관건인 파생금융의 ‘고용생태계’는 거래소의 기초상품을 늘리는 데서 출발한다. 이제까지 우리 금융기관은 국내 기초상품이 많지 않아 외국 투자은행이 만든 금융상품을 그대로 수입해 팔아야 했다. 불경기에 강한 금융상품이 많이 개발돼 거래되면 헤지펀드 등 투자운영사와 투자자문사의 인력수요가 늘 것이다. 또 정보수집ㆍ판매사, 정보분석사, 그리고 통신과 IT 솔루션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사 등 많은 분야의 다양한 인력 수요가 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파생상품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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