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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보이스트 함경 “오보에 하면 함경 떠올리는 연주자 되고파”
“상금은 리드 사는 데 다 썼죠.”

올 4월 스위스 무리에서 열린 ‘제1회 스위스 무리 국제 바순ㆍ오보에 콩쿠르’는 현금 약1만 스위스프랑(1200만원)을 포함해 총 5만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고액의 상금으로 화제였다. 이 콩쿠르에서 우승과 관객상, 현대음악 특별상을 휩쓴 약관의 함경(20ㆍ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음대)은 반듯한 학생이었다. 음악 외에 다른 분야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듯 했다.

지휘자 카라얀이 만든 일종의 인턴쉽 제도인 베를린필하모닉 아카데미에도 지난 5월 오디션에서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오는 9월부터 2년간 베를린필과 함께 연주 무대에 선다. 현재 베를린필 단원의 60% 가량이 이 아카데미 출신이다. 매달 장학금 형태로 지급받는 무리 콩쿠르 상금과 아카데미에서 주는 월급이 넉넉해 함경은 2년간 부모님께 일절 돈을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는 “베를린필 아카데미와 연주를 한 번 같이 해봤는데 진짜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과정이 끝나면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함경이 오보에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인 오보이스트 함일규 중앙대 교수, 어머니인 비올리스트 최정아의 영향이 크다. 형 함훈은 플룻을 전공하는 등 온가족이 클래식 음악 연주가다. 함경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3~4년이 지나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12세부터 오보에를 부친에게 배웠다. 곧 호소력 짙은, 사람의 육성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오보에에는 연주자의 혼이 들어간다. 리드도 손수 직접 깍으니까, 나가는 소리와 불어서 하는 소리 다 연주자가 해야 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다른 악기도 그렇지만, 목관악기 오보에는 제대로 된 연주음을 내기 까지 시간이 무척 많이 들고, 다루기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얇은 리드(소리를 내는 진동판)는 1㎜에 소리가 달라지고, 습도에 예민해 비가 오면 팽창하고 건조하면 비틀어져 연주자의 뜻을 배반한 소리를 내곤한다. 함경은 “오보이스트 사이에선 연주 연습은 게을리 해도 리드 깍는 건 매일 연습하란 말이 있다. 내 경우에는 리드를 깍고 묶어 겹리드를 만드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정말 어렵다”며 웃었다.

그는 “좋은 사람들과 연주하는 게 최종 목표다. 앙상블이 되었을 때 희열을 더 느끼는 것 같다. 오케스트라가 오보에가 들어가는 곡을 연주할 때, ‘오보에는 함경을 쓰자’라고 이렇게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함경은 오는 22일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한중우호협회가 공동주최하는 ‘한중수교 21주년 기념 음악회’ 무대에 중국 신예 피아니스트 쟈란(25)과 함께 선다. 요크 보엔의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벤저민 브리튼의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템포럴 변주곡’ 등 연주로 접하기 어려운 현대음악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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