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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영의 문화칼럼>아마존에서 ‘250만달러짜리 모네’ 주문하기
“결제하시겠습니까?”

컴퓨터 화면에 결제가격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250만달러(약 27억8000만원)!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곤 재빠르게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만에 하나 실수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간 28억원이라는 큰 돈이 다음달 내 카드명세서에 찍혀나올 것이다. 아, 나의 250만달러짜리 모네 그림은 그렇게 나의 손을 떠났다.

지난 7일 온라인 종합쇼핑몰인 아마존닷컴(amazon.com)이 미술품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명 아마존의 ‘미술품 가게(Fine Art Store)’다. 아마존이 어떤 곳인가. 책 판매로 시작해 이젠 장난감, 음식 등 별의별 것들을 다 파는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업체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족에겐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사이트다. 가격도 저렴하고 주문과정도 아주 간단하다.

이렇게 편리한 아마존 사이트에서 그림까지 살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그림을 골라 주문해보기로 했다. ‘미술품 가게’ 사이트로 들어가니 작품을 장르, 주제, 가격별로 분류해 놓았다. 개중에 비싼 그림을 하나 선택했다. 250만달러짜리 클로드 모네의 ‘수련(Fragment de Nympheas, 1915)’이다. 그림 이지미를 클릭하니 작품 크기, 제작연도, 소장한 갤러리 등 각종 정보가 나온다. 친절하게도 가정집 벽에 걸면 어떤 느낌일지 가상 이미지도 띄워준다. 장바구니에 담은 뒤 결제단계로 들어갔다. 각종 깨알같은 구매 조건이 화면에 떴다. ‘배송비는 무료’이며 ‘7일 안에 배달 가능’하다고 했다. 아마존에서 일반 물품들을 살 때와 똑같은 조건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아마존은 야심차게 미술품 장사를 시작했지만 정작 미술품 거래의 세부적인 부분에서 큰 것을 놓쳤다. 그림을 사고 팔 때는 일반 제품과 달리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믿을 만한 미술품 전문 운송업체에 맡겼는가, 도난이나 파손을 대비한 보험을 들었는가, 미술품 거래 시 드는 세금을 고려했는가 등이다.

내가 아마존에서 산 모네의 ‘28억원짜리 수련’을 영세 택배업체가 내 집 앞에 휙 던져놓고 간다고 상상하면 등이 오싹하다. 그런데 아마존에는 아쉽게도 그림 배송과 사후처리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믿고 살 만한 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미술품 가게’에서는 몇만원짜리 무명작가에서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앤디 워홀까지 총 3만여점의 그림이 있다. 보유작품 수는 많지만 그것이 판매로 직결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아마존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미술시장이 움찔할 것만은 분명하다. 아마존에는 전세계 1억3700만명의 고객 리스트와 갤러리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아마존’이라는 이름값이 있다. 아마존 측이 저가에 질 좋은 작품을 다량 확보하고, 그림 거래 시 특수성을 거래에 반영한다면 고객과 갤러리, 아마존 모두 윈윈할 길이 열릴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갤러리에 들르지 않고, 맘에 드는 그림을 책, 장난감 등과 함께 장바구니에 담은 뒤, 가만 앉아서 클릭 하나로 1주일 뒤 명작을 받아보는 시대가 올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 결과가 어떨지 더욱 궁금하다.

글= 박지영/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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