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아트> 과거에서 영원으로…시대의 史草, 초상화
전북도립미술관 초상화특별전
조선초기 기법 이숭원 초상화
충무공 등 표준영정 10점 첫 선
5개 섹션 나눠 격변의 시대 음미


초상화는 시대의 거울이다. 표표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에선 그 사람의 내면과 시대가 읽힌다. 특히 선조들이 남긴 이 유형적 자산에는 작가의 시선과 해석에 의해 분석되고, 이해된 인간이 오롯이 존재한다.

전북 완주군 모악산길의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또다시 초상화특별전을 마련했다. 전주 일대는 근대기 유명 초상화가 채용신(1850~1941)이 활약했던 무대로, 많은 초상화가 전해지고 있어 초상화 전시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전시타이틀은 ‘역사 속에 살다-초상, 시대의 거울’.

이번 전시는 초상미술이 품고 있는 한 개인의 삶을 기억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미술이 특정인물이 살았던 사회적 배경과 사건을 인물과 함께 기억할 때, 이를 판단하고 구현하는 방식은 미술가가 존재했던 시대의 눈, 바로 그것이다. 이흥재 관장은 “초상미술은 역사의 주체로서 인간을 드러낸다. 지나간 시간에 존재했던 인물을 예술화된 물질로 조우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한국 초상미술이 갖는 힘”이라고 했다.

초상화의 전통과 계승을 살펴보기 위해 전시는 다섯개 섹션으로 짜여졌다.

1섹션 ‘전통, 기억하고 기록하다’에서는 조선시대 초상화인 ‘이숭원 초상’과 근대기에 제작된 ‘이신문 초상’을 비교했다. 연안이씨종중유물전시관에 보관 중인 이숭원 초상화는 조선 초상화의 전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조선 성종2년(1471년)에 좌리공신으로 봉해졌던 이숭원을 그린 작자 미상의 초상. 세련된 필치와 화사한 색채가 돋보인다. 조선전기 것으로 추정된다.

2섹션 ‘변혁, 근대의 초상’은 이번 전시의 골갱이에 해당되는 섹션으로, 초상화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채용신의 주요 작품과 함께 근대기 한국의 다양한 초상미술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채용신의 인물 초상은 1911년작인 ‘김기술 초상’과 무관을 그린 ‘구군복무관상’ 등 모두 8점이 출품됐다. 고종 어진을 그렸던 화사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그의 인물 초상은 당대 사람들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다. 구한말 인물들의 사상과 교유관계는 물론 의병활동, 항일활동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섹션에 출품된 근대기 초상화에는 고난과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지조를 지킨 인물과 역사를 열어나간 사람이 등장한다. 기존 초상화와는 전혀 다른 양식의 새로운 초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섹션이다. 1910년대 후반 유학생들이 속속 돌아오며 서구식 조형어법을 익힌 작가들의 인물화가 쏟아졌다. 분단의 소용돌이에서 북으로 간 정현웅이 남긴 유일한 유화작품 ‘소녀’, 프랑스에서 이종우가 그려온 여인초상을 만날 수 있다. 자화상이 유난히 많았던 것은 지식인으로서 식민지 화단에서 겪어야 하는 자의식을 표출하기 위해서였다. 설산 최광익, 춘곡 고희동, 이당 김은호 같은 당대의 손꼽히는 대가들의 작품에선 시각적인 공통점과 표현기법의 상이점이 드러난다.

3섹션은 광복 65주년을 맞아 역대 대통령의 초상미술을 한자리에 모았다. ‘초상, 시대를 말하다’라는 부제 아래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조각에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까지 역대 대통령의 초상이 망라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1979년 영결식에 사용됐던 것으로 봉황장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조각가 문신은 회화와 드로잉에도 뛰어났다. 해방 전인 1943년에 그린 자화상. [사진제공=문신미술관]

이번 특별전에선 국가가 지정한 표준영정 10점이 미술관 전시에 최초로 내걸려 화제다. 3섹션 ‘소환, 과거에서 영원으로’에선 충무공 이순신을 비롯해 사명대사, 유성룡, 최치원 등 역사상 위인, 사상가, 전략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 월북 미학자 ‘김용준’과 문인 ‘이기영’을 그린 변월룡(러시아 레핀대학 교수)의 작품도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마지막 5섹션 ‘현존, 역사 속에 살다’에는 강형구 김명희 김차섭 민정기 박득순 배준성 등 우리 시대 자화상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초상화들이 출품됐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정 커미셔너(한남대 대학원 교수)는 “역사라는 이름 개인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초상미술은 미술의 힘을 보여준다. 초상미술은 시대의 거울이며, 그 주인공은 결국 인간”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9월 8일까지. 무료관람 063-290-6888 

완주=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