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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조각가 3인의 3色 공간
김홍석·이상윤·홍정욱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전


세 명의 젊은 미술가가 장(場)을 펼쳤다. 서울 평창동의 김종영미술관(명예관장 최종태)은 신관 사미루에서 ‘2013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전’을 개막했다.

‘창작지원전’은 미술관이 신진조각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그들의 역량을 일반에 선보이기 위해 매년 펼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지난해 심사를 거쳐 선정된 조각가 김홍석(41), 이상윤(36), 홍정욱(38)이 독립된 개인전 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세 작가는 서로 다른 매체로 조형성을 겨루는 창조적 경쟁이자, 우리 조각 예술의 활력을 보여주는 유망주들이다. 이들의 작업은 현대조각의 흥미로운 예술실험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김홍석은 미술관에 파도의 한자락을 들여다놓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작가는 파도, 구름처럼 부드럽거나 손에 쥘 수 없는 대상을 단단한 조각으로 바꿔놓는 작업에 빠져 있다. 찰나의 순간과 풍경이 그를 통해 역설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구겨진 종이처럼 연약한 대상 또한 견고한 대상으로 바뀌며 새로운 미감을 보여준다.

작가는 관객이 자신의 작품을 보며 잠시라도 과거로 돌아가 추억을 회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다의 파도 이미지를 구현한 작업은 감상자에 따라 화석으로도, 해체된 생선뼈로도 보인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는 파도를 표현했지만 어떻게 느끼느냐는 감상자의 몫”이라고 했다. 

버려진 나무등걸 등으로 목공에 필요한 도구이자, 조형미를 갖춘 작품을 만든 이상윤의 입체작품.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이상윤은 일상에서 가치있게 여겨지지 않으나 여전히 쓸모가 있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것들을 가져와 쓸모있는 목공용 도구로 만든다. 산행길에서 마주친 버려진 잡목들을 가져와 목공에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를 만든다. 나무의 색다른 조합은 조형미를 갖춘 입체작품으로 변신한다.

매력적인 앤틱으로 보이는 이상윤의 작품은 나무의 탄성과 버팀을 활용한 노동의 도구들이 미술관 공간에서 ‘감상의 대상’으로 치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곧 작가가 바라는 ‘재료와 작품을 향한 관용의 시선’을 오롯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홍정욱은 삼각형, 사각형, 원 등 도형들을 연결해 다면체를 만들고, 각 면에 광각렌즈를 부착한다. 그리곤 다면체의 중심부에서 레이저를 투사해 렌즈를 통과한 빛이 전시공간을 가득 채우는 작품을 내놓았다. 작가는 수학적이거나 기계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흔하게 적용하면서도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도형의 고정된 인식 틀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가 만든 구는 실제로 다각형이며, 중력의 영향으로 처진 비정형의 구조체이다. 그런데도 오류로 보이지 않는다. 광선과 그 반사를 이용한 시각적 공간연출이자, 암실을 밝히는 환상적인 빛의 향연인 것이다. 수학과 인문학, 예술의 교집합으로 다가오는 설치작업이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02)3217-648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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