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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의 방황…폭염속 맥주 첫 잔 같은 맛…
내달 한국공연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도쿄서 미리 만나보니
마약 빠지고 정부에 저항하는 청춘
밴드 ‘그린데이’ 7집앨범이 뮤지컬로
‘홈커밍’노래 나오면 절로 헤드뱅잉
군무·공중곡예 등 환상적 볼거리도


[도쿄=한지숙 기자] ‘바보 같은 미국인이 되기는 싫어(Don’t wanna be an American idiot). 쏟아지는 대중매체에 짓밟히는 나라도 원치 않아(Don’t want a nation under the new media).’

막이 오르면 35개의 크고 작은 TV 스크린에선 알카에다 테러, 북핵, 일본 쓰나미 발발을 알리는 CNN 뉴스와 스타벅스, 맥도날드 광고 등이 토막토막 섞여 나오고, 배우들은 무대 위 밴드의 연주에 맞춰 그린데이의 대표곡 ‘아메리칸 이디엇’을 부른다.

다음달 내한 공연에 앞서 8일 일본 도쿄의 도쿄국제포럼홀에서 먼저 만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2010년 토니상 최우수 무대디자인상, 최우수 조명디자인상을 받은 작품답게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를 재현한 듯한 무대와 헤드뱅잉 등 역동적인 군무가 시선을 먼저 붙든다. 그러나 공연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1시간30분 동안 관객의 심장을 붙드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펑크록 그룹 ‘그린데이’의 살아 숨쉬는 듯한 노래들이다. 첫 곡 ‘아메리칸 이디엇’부터 ‘홀리데이’ ‘웨이크 미 업 휀 셉템버 엔즈’ ‘홈 커밍’까지 귀에 친숙한 곡이 흘러나와, 박자에 맞춰 고개를 절로 까딱거리게 된다.

2004년 발매된 그린데이 7집 ‘아메리칸 이디엇’에 수록된 13곡은 일정한 스토리 구조를 띠고 있다. 가사에는 ‘바보상자’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에 대한 비판, 참전을 종용하는 정부에 대한 저항정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일상 구어체로 표현돼 있다.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과 브로드웨이 신진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는 이 앨범에서 주인공을 추출해내고 스토리에 살을 붙이고 주변인물을 추가해 뮤지컬로 만들었다. ‘21건즈’ ‘투머치 투순’ ‘페이버릿 선’ 등 다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추가해 더욱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2010년 내한 공연에서 한국 팬들에게 들려줬던 그린데이의 노래가 이번에는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으로 찾아온다.

교외 지역에 사는 청년 조니와 그의 친구 윌, 터니의 이야기가 조니가 친구와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을 따라 진행된다. 살면서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 조니는 새로운 인생을 찾고자 도시로 떠나고자 한다. 함께 가려던 윌은 여자친구가 임신하는 바람에 발목이 잡히고, 터니는 도시행에 함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TV에서 전하는 군인의 남성다움에 매료돼 군에 자원 입대한다. 윌은 도시에서 자유로운 여성 왓서네임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마약에 빠져 실연을 겪는다. 조니 역시 아빠로서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채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빠져 산다. 터니는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입고 다리 하나를 잃게 된다.

청춘의 무기력, 허무함의 분위기가 무대 전반에 가득 흐른다. 중간 중간 브로드웨이 쇼뮤지컬 같은 발랄한 눈요깃거리가 가미된다. 멋진 군인장교 모습을 연출한 장면에선 반짝이 의상을 입은 여자 앙상블이 나와 함께 춤을 추고, 병상에 누운 터니가 바르카를 입은 중동 여성과 춤을 추는 환상을 보는 장면에선 플라잉 기술을 활용한 배우의 공중곡예가 펼쳐진다.

그린데이 음악 자체가 톡 쏘는 독주 맛이라면,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어딘지 김이 빠진 맥주 맛이 난다. 마지막 커튼콜에선 모든 배우들이 기타를 들고 나와 ‘타임 오브 유어 라이프’를 부르며,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도, 널 비웃어도, 즐겁게 살아라”며 노랫말로 위로한다. 이 커튼콜 곡은 1960년대 워싱턴DC 교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반전, 인종차별 반대, 반정부 시위 등에 참여했고 현재는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가 청춘의 방황기를 지나온 인생 선배로서 관객에게 건네는 위로주 같다. 메이어는 “관객이 ‘내 얘기다, 내 어릴 적 얘기다. 내 지금이 후회 없는 삶이다’라고 느꼈으면 한다. 조그만 희망을 갖고 산다는 건 어마어마한 힘이 된다. 마지막에는 관객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다음달 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3주간 공연한다. 기획사 오디뮤지컬에 따르면 그린데이 음악팬들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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