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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 노래 · 연출 ‘삼총사’…日에 K-뮤지컬 실크로드
‘한류스타’ 준케이 데뷔작 입소문
2150석규모 공연장 전석매진행렬
현지관객들 “두번 세번 다시 올것”


[도쿄 =한지숙 기자] “나니 가미 에루까(앞에 뭐가 보이나)”(아토스)

“쇼오죠가 이마스(소녀가 있습니다!)”(달타냥)

“쿠치즈케 오세요!(키스를 한다!)”(아라미스)

“꺅~!”(관객들)

지난 10일 도쿄 시부야의 분카무라 오차드홀. 한국 버전 뮤지컬 ‘삼총사’의 첫 공연 중 삼총사의 짓궂은 장난에 달타냥 역을 맡은 준케이(2PM)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즉석에서 한 관객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얌전하기로 소문난 일본 객석은 일순 크게 술렁거렸다. 일본어로 대사를 하는 유일한 이 장면은 일본 공연을 주최한 현지 협력사 쿠아라스가 요청해 넣은, 일본 공연에만 있는 대목이다. 달타냥 역에 준케이 외에 슈퍼주니어의 규현, 2AM의 창민, FT아일랜드의 송승현 등 전부 아이돌이 캐스팅돼 일본 내 한류 팬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였던 셈이다.

이날 공연은 1층부터 3층까지 전체 2150석 가운데 시야 장애석으로 판매되지 않은 발코니석 98석을 빼곤 전석 매진됐다. K-팝(Pop) 스타 준케이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일본에서 일찌감치 소문이 나 특히 준케이 팬들이 많이 찾았다. 오는 24일까지 총 25차례 공연인데 쿠아라스 측은 첫 공연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밝혔다.

‘삼총사’는 지난해 ‘잭더리퍼’의 일본 공연을 성공시키며 K-뮤지컬 시장을 개척한 엠뮤지컬이 일본에서 두 번째로 선뵈는 작품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체코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사들여 한국인 연출가를 비롯한 한국 스태프, 한국배우가 의기투합해 개작했다. 2009년 국내 초연 이후 국내 관객 17만명, 외국관객 7만명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한류뮤지컬 ‘삼총사’의 일본 첫 공연모습과 일본 관객들이 커튼콜에서 3층까지 전석 기립박수를 보내는 장면.

휴식시간을 포함해 2시간30분 동안 일본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배우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는 물론 배경이 되는 17세기 바로크, 로코코 양식을 재현한 무대 세트와 의상, 원작의 활기찬 분위기, 박진감 넘치는 노래, 아크로바틱을 응용한 무술과 화려한 검술 장면 등 씨줄과 날줄이 잘 짜여진 모험 활극이 유쾌하게 펼쳐졌다. 공연이 끝나자 10분간 전석 기립박수로 열렬히 호응했다.

사이타마현에서 온 사이토 카즈코(50) 씨는 “얘기를 전해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하더라. 두 번 더 예매를 해놓아 모두 세 번을 볼 예정이고, 한국에서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K-팝에서 K-뮤지컬로의 한류 수요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4년 전부터 준케이 팬이라고 한 수토 레이코(34) 씨는 “한국 뮤지컬을 처음 봤는데 굉장히 좋았다. 한국어를 잘 이해하진 못해도, 가창력이 좋고, 검도 잘 쓰고, 박력이 넘쳐서 감동받았다”면서 “특히 김법래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잭더리퍼’와 ‘삼총사’를 일본에 소개한 쿠아라스의 마츠노 히로후미(54) 이벤트&엔터테인먼트 국장은 “아이돌과 실력파 뮤지컬 배우 간에 캐스팅 비율이 좋다. 그래서 어떤 공연을 봐도 재밌다. 처음에는 아이돌을 보러 온 팬이 작품의 팬이 돼서 아이돌이 아닌 다른 주인공의 공연을 보는 상황이 실제 벌어졌다. 이는 작품과 연출이 뛰어나기 때문이다”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마츠노 국장은 또 “뮤지컬은 노래가 가장 중요한데, 한국 사람의 성량은 일본 사람에게 없는 부분으로, 천성적으로 뛰어나다. 또 연출을 과감하게 잘한다. 일본인은 수정할 때 겁나기도 하고 소심한데 한국인에겐 과감하게 하는 국민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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