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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역사가 담겨 있는 유럽의 정원
전문가들의 역사, 문화, 건축 이야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의 정원을 보라.’ (p221)

[북데일리] 읽는 책, 먹는 음식을 통해서도 그 사람을 알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정원을 통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정원 문화가 발달했다. <유럽, 정원을 거닐다>(글항아리. 2013)는 유럽의 정원에 대해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역사적, 문화적, 건축적 이야기를 대담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르네상스 정원의 완성과 중세 정원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이탈리아, 절대왕권 속에서 피어난 정원의 절대미를 보여주는 프랑스, 풍경식 정원의 백미를 만날 수 있는 영국, 독일의 숲의 도시에서 만나는 역사정원과 현대 정원 등 각각의 매력이 담겨 있는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유럽의 정원은 로마 황제의 정원이나 폼페이 발굴 유적에서도 나타나는 고대 로마의 일반 민가 정원도 있지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정원은 15세기 이탈리아에 르네상스가 일어나면서 등장한 피렌체 일원의 빌라정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6세기 무렵의 로마와 로마캄파냐 지역 추기경들의 빌라정원에서 활짝 꽃피운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은 음으로 양으로 알프스 이북 유럽 각국의 정원 양식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17세기 바로크 정원이 발전했고, 영국의 의회정치 이념과 어우러지면서 18세기 자연풍경식 정원으로 펼쳐졌죠. 프랑스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지나 19세기에 이르면 유럽은 이전의 귀족 중심 사회를 탈피해 시민이나 대중에게로 힘이 옮겨갑니다. 바로 여기서 공공을 위한 정원이 조성됩니다.” (p4~p5)

책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명원들은 대부분 왕이나 군주 소유였다. 하여 시대 상황과 권력 구조 양상에 따라 정원의 입지도 달라졌다. 이태리에서는 피렌체에 위치한 ‘빌라 감베라이아Villa Gamberaia’가 이탈리아적 색채가 가장 짙은 정원 중 하나다. 더불어 이탈리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르네상스 스대 3대 정원은 ‘빌라 란테’, ‘빌라 파르네세’, ‘빌라 알도브란디니‘다. 고대 로마 황제의 별장이었던 ‘빌라 아드리아나Villa Adriana'는 고대 정원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북서쪽에 위치한 ‘모네 정원’과 파리 중심부의 ‘튈르리 정원’, 파리 서남쪽의 유명한 ‘베르사유 정원’ 등 무수히 많은 정원이 있다.

특히 영국 남동부 켄트에는 ‘영국의 정원 Garden of England, 정원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이 곳곳에 있다. 그중 영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시싱허스트 정원’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탄생 배경을 지니고 있다. 정원디자인을 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가꿔낸 비타 섹빌 웨스트는 영국의 여류작가다. 그녀는 여류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와의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그녀와 함께 정원을 만든 사람은 남편 해럴드 니콜슨이다.

“사실 비타는 레즈비언이고, 그녀의 남편 해럴드는 게이였습니다.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지녔던 부부, 이들의 사랑과 우정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정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아, 이걸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마음이 평안해져요. 이곳에 오는 사람 대부분이 이런 감정을 똑같이 느껴요.” (p190)

해럴드와 비타는 정원 디자인에서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다. 해럴드는 정형적인 패턴을 즐겼고, 비타는 자유로운 터치를 즐겼기 때문에 ‘기하학적 패턴과 자연스러운 손길의 적절한 거리’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정원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크게 6개의 독립된 가든 룸으로 정원을 나누어볼 수 있는데, 정원마다 가지치기가 잘된 주목을 이용해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식재의 색깔이나 질감을 통해 공간의 특징을 살린 곳이 바로 화이트 정원이다. 꽃은 물론 줄기까지 흰색 계열의 식물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환상의 흰색을 연출한다.

“꽃이 피는 절정의 기간은 한 달이 채 못 되지만, 줄기의 색과 질감으로 사계절 내내 흰색을 느낄 수 있어요. 이곳에 있으면 향기조차 순백색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p199)

그간 해외 여행을 할 때 유명 관광지나 박물관, 쇼핑센터를 방문했다면, 앞으로는 느린 걸음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어 보고 오는 것도 좋겠다. 정원에는 바로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의 철학과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니 말이다. 책에는 정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아름다운 정원 사진들이 다수 실려있어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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