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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간 떠돌던 대타드라마 ‘너목들’, 어떻게 대박을 쳤나
2년간 방송가를 떠돌던 드라마가 대박을 쳤다. 심지어 ‘대타(‘사랑해도 될까요’)’였다. 지난 6월 5일 7.7%(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무려 10차례나 자체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방송 2회차에 두 자릿수에 안착했고, 11회에서는 20%의 벽을 넘었다. 마지막회 방송분은 23.1%, 자체최고기록은 24.1%. 16회 방송분에서 나왔다. 시청률 기근에 시달려온 지상파 브라운관에 등장한 이 ‘괴물 드라마’가 1일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현재까지 방영된 2013 브라운관의 최고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다. ‘초능력 소년’이라는 유치한 판타지는 탄탄한 스토리 안에 녹아들며 ‘연상연하 로맨스’라는 또 다른 판타지를 불러왔고, ‘기억상실증’ ‘출생의 비밀’ 등의 식상한 코드는 치밀한 구성을 통해 ‘진부한 통속극’이라는 불명예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 ‘너목들’은 어떻게 대박을 쳤나=‘너목들’의 흥행 안에는 달라진 드라마 환경과 대중의 정서가 모조리 집약돼있다. 뻔한 드라마가 식상했던 높아진 대중의 취향 앞에서 ‘복합장르’ 개척이 적중했고, 불평등 불공정으로 촉발된 갑을논란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법정드라마’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감을 샀다.

최근 방송가에는 여러 개의 장르를 혼합한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이미 종영한 케이블 드라마 ‘나인’이나 KBS2 ‘상어’를 비롯해 ‘너목들’이 대표적인 복합장르였고, 후속작 ‘주군의 태양’도 ‘로코믹호러’라는 신장르를 들고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도 여러 가지 장르가 묶여있는데, 그것이 성공포인트였다”면서 “‘너목들’은 이미 2년 전 대본이 돌았는데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이다. 복합장르에 대해 흔히들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2년이 지난 이 시점은 대중의 취향이 바뀐 상황에서 ‘복합장르’도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너목들’은 KBS 등 방송가를 떠돌며 여러 PD의 손을 거쳤지만, 그 때마다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SBS에서 방영을 앞두고도 지금같은 대박이 오리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너목들’은 흔히 줄줄이 이어붙여 ‘법정판타지스릴러로맨스’로 불렸다. 법정드라마와 로맨틱코미디, 거기에 판타지와 스릴러가 결합된 “휴먼 드라마이고 가족드라마”이기까지 했다. 때문에 흔해빠진 ‘멜로’는 집어던졌고, 딱딱한 ‘법정드라마’도 아닌데 ‘법정에서 사랑하는 드라마’로 빠지지도 않았다. 정웅인이 연기한 민준국 캐릭터를 통해 깊어진 ‘스릴러’ 요소 덕분이다. 때문에 ‘너목들’은 “장르적인 변환이 이뤄질 때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어 시청자들을 붙잡아 두게 됐다”며 “하지만 단지 장르를 이어붙인 것이 아니라 이물감없이 잘 해결해 가능한 일이었다”고 정 평론가는 설명했다.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무죄률 1%에 도전하는 국선변호사들의 성장담 안에는 대중의 공분을 살 만한 소재가 속속 들어왔다. 진실의 목소리를 듣는 초능력 소년 수하(이종석)과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국선변호사 짱변(이보영), 법의 무대에 등장하는 억울한 사연들은 최근의 사회정서를 반영했다. 첫회 방송분에서 누명으로 법정에 선 딸(이보영)에게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판사(정동영)를 향해 어머니(김해숙)는 “당신이 틀렸고 내 딸이 맞았다”며 여지없이 무너지는 ‘디케의 저울’을 꼬집었다.

김영섭 SBS 콘텐츠파트너십 부국장은 “판타지이지만 현실과 접목해 진정성있는 공감을 끌어냈다”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갑을문제가 회자됐고, 드라마 안에서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보여준 부분이 대중의 정서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 대박드라마 ‘너목들’의 최대 수혜자는=20회의 달리기를 끝낸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주조연 배우 모두가 ‘연기의 신’으로 통할 만큼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발산했다. 하지만 이 많은 배우들 가운데 최대 수혜자는 10세를 뛰어넘는 달달한 연상연하 로맨스를 선물한 이종석이다. 이종석은 이 드라마를 통해 김수현을 대체할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너목들’ 이후에도 이미 두 편의 영화(‘노브레싱’, ‘관상’)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종석은 현재 의류, 과자, 커피전문점, 스포츠브랜드, 음료 등 숱한 상품을 독식하고 있다. 특히 ‘너목들’을 통해 첫사랑 이미지를 부각시킨 현재, 소년과 남자 사이의 화학작용으로 광고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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