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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엘리자벳’, 준수마저 잊게 만드는 박효신의 가창력
‘박효신의 토드(Tod; 독일어로 죽음이란 뜻) 시대’가 열렸다.

재공연과 함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으로 무대를 옮긴 뮤지컬 ‘엘리자벳’이 막을 올린 지난 26일 ‘뮤지컬 신참’ 박효신은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신비로운 이미지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춘 그만의 토드로 2000석 전석을 빼곡히 메운 관객을 매료시켰다. 발라드 가수로서 그동안 내 온 특유의 ‘소몰이 창법’은 감추고, 대신 매력적인 중저음과 깔끔한 고음 처리로 기대 이상의 신고식을 치렀다.

박효신은 갖고 있는 재능에 비해 운이 잘 따라주지 않는 편에 속했다. 2년간 군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전역한 지난해 9월 전 소속사와의 소송 여파로 약 3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졌고, 지난해 12월 법원에 개인회생까지 신청하는 등 그늘이 짙었다. 올해 음반 발매나 가수 활동이 아닌 뮤지컬 무대를 복귀 무대로 선택한 그는 작심한 듯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정말로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관객도 배우가 흘린 땀을 알아봤다. 커튼콜에서 박효신이 나타나자 관객은 그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듯 공연장이 떠나가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4층까지 전석 기립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사진설명 / 뮤지컬 ‘엘리자벳’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는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신참’ 박효신에 대해 “역동적인 움직임, 춤, 노래 등으로 역할에 큰 존재감을 부여해 깜짝 놀랬다”고 극찬했다. 가수 출신 박효신은 신비롭고 매력적인 토드를 창조해내며 ‘호기심 반 기대 반’인 관객을 깜짝 놀래킨다.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오스트리아 제국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벳(1837~1898)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엘리자벳’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독일어권 뮤지컬로서 지난해 초연 당시 예상 밖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독일 지방 귀족의 딸로 태어나 합스부르크 왕세자 프란츠 요제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훗날 황후가 된 엘리자벳은 첫째 딸 소피의 죽음, 아들인 루돌프의 자살, 시어머니인 소피 대공비와의 갈등 등 비극적 가정사로 인해 유럽을 떠돌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암살당했다. 평생 자유를 갈망했던 그는 많은 시와 일기를 남겼는데, 시 속에 ‘죽음’을 연인처럼 의인화했다.


뮤지컬은 엘리자벳을 암살한 실존인물 루케니가 사형 직전에 왜 엘리자벳을 살해했냐는 질문을 받고 “그녀가 죽음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면서 엘리자벳의 생애를 해설하는 ‘극 중 극’의 형식을 띤다. 창조된 캐릭터 ‘토드’는 엘리자벳의 어린 시절에 나타나 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유혹하는 청년으로 그려진다.

뮤지컬은 엘리자벳의 생애를 연대순에 따라 그려서, 그의 드라마틱한 삶에 비해선 스토리의 극적인 재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강렬하면서 묵직한 음악, 시대극이지만 현대적인 조명과 안무, 최적의 배우의 조합이 어우러져, 관객을 극 속에 흡인시키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프롤로그를 포함해 1, 2막 모두 31장의 장면 가운데 요제프와 엘리자벳의 결혼식에서 토드가 밧줄을 타며 큰 소리로 웃으며 성당의 종을 울리는 장면, 토드가 왈츠를 추고 있는 요제프 부부 사이를 훼방 놓으며 추는 ‘마지막 춤’은 관객의 심장 박동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박효신은 ‘마지막 춤’을 부를 땐 절도있으면서 힘있는 군무를 추는가 하면 엘리자벳의 침대에 누워 엘리자벳을 유혹하는 장면에선 신비로우면서 섹시한 매력을 선보인다.

초연에 이어 다시 엘리자벳을 맡은 옥주현의 실력은 괄목상대하다. 10대 소녀의 발랄한 목소리부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까지 노래 속에 변화무쌍함이 녹아있다. 초연에 이어 루케니 역을 맡은 박은태는 한층 록적인 색깔을 입고 무대를 누빈다. 루케니 역에 가수 이지훈이, 엘리자벳 역에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토드역에 초연 때 루돌프를 연기한 전동석이 새롭게 합류했다. 김준수는 초연에 이어 토드역을 맡아 중국과 일본서 온 한류팬까지 사로잡을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9월7일까지다. 수요일 오후3시에 낮공연이 추가됐다. 3만~14만원. (02)6391-6333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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