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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 값진 실패


큰 애가 4살 때였다.
오랜만에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아내와 애를 데리고 시골집에 갔다가 보일러에 문제가 생겨서 근처 모텔에서 묵어야 했던 적이 있다.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피로가 몰려왔고 씻는다면서 욕실로 들어가는 아내의 애 잘 보라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침대 위에 누워버렸다.
처음 와본 곳이 신기했는지 큰 애는 여기저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만져보고 다녔다. 잠깐 시선을 놓쳤다 싶었는데 깜박 잠에 빠져버렸다. 애의 비명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보니 정수기 앞에서 큰 애가 손을 마구 비벼대면서 울고 있었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눌러서 그만 손등에 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비누 거품을 머리에 한 가득 남긴 채 혼이 쏙 빠진 아내와 그 밤중에 시골 병원을 다 뒤지고 다녔던 아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걸까?
큰 애는 유독 뜨거운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조심한다. 원래 천성이 조심성이 없고 호기심이 강한 아이가 화상의 위험이 있는 부분은 본능적으로 집중해서 다루는 것 같다. 아마도 어릴 적 그 아픈 기억이 뇌와 온 몸에 각인이 됐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나도 아픈 기억이지만 그로 인해 다시는 반복된 실수를 범하지 않는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된 것이다.
학생들도 학창시절을 이런 아픔으로 가득 채워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실패는 곧 전사(戰死)를 의미하며 누구도 관대하게 그 실패를 보듬어 주지 않는다. 경쟁이라는 칼날 위에서 누군가 쓰러져 잘려나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결코 허점을 보이지 않는 길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때문에 슬로프에 올라서서 활강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쓰러지는 법을 먼저 배우는 스키처럼 , 게임 업계에 발을 딛기 전에 여러가지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가이드를 제공해 줄 것이라 믿는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 없이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되고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수업에서 학생 팀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결코 실패에 대한 대비책이나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직접적인 지도를 하지 않는다. 분야별 최소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는 이유도 프로젝트 도중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팀원의 이탈이나 불화로 발생하는 위기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스스로 터득하게 하기 위함이다.
학기를 거듭하며 참으로 다양한 실패를 학생들은 경험하게 된다. 학생들 자신은 그 상황에서의 어려움과 좌절과 두려움이 가슴속에 가득 차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가슴은 오히려 성공의 축배를 든다.

'짜식들 점점 더 단단해지겠군~!'
실패지만 실패가 아닌 예방 접종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어릴 적 아팠던 기억과 함께 본능적으로 위험 요소를 관리하게 하는 일종의 기술로 뇌와 온몸에 각인될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을 것이다. 게임업계라는 경쟁의 살얼음판을 멋지게 헤치고 나아갈 파워 루키가 될 것이라 믿는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편집국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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