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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문제는 國史가 아니라 大入제도
국사 수능 필수보다 더 화급한 건 비뚤어진 입시제도를 바로 잡는 일이다. 수능에서 선택받지 못한 과목은 쳐다보지도 않는 교육 편식부터 시정해야 한다. 모든 과목을 수능 필수로 하고 대신 반영 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 어떤가.


‘국사(國史) 필수’가 연일 논란이다.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급기야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까지 나왔다. ‘대통령 말씀’ 때문은 아니지만 여론과 사회 분위기는 대체로 국사 수능 필수 쪽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엊그제 서울대가 국사를 ‘졸업 필수’ 과목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역사 교육을 강화하자는 데 반대할 까닭은 없다. 방향도 그게 맞다.

하지만 국사가 교육 현장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교 과정에서 무려 250시간 이상 수업을 받는다. 핵심과목이라는 국어 영어 수학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과목에 비하면 각별한 대우다. 그런데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무지에 가깝다. 가령 안중근 의사(義士)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쏘았는지,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폭탄을 던졌는지 잘 모를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단 한 줄도 공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7%에 불과했다. 절대 다수의 학생들 머릿속엔 ‘역사 공부’는 개념조차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수능 필수과목이 되면 국사 공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고, 적어도 안중근과 윤봉길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는 면할 것이다. 그럼 수능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다른 과목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교과 과정에 개설된 과목은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게 없다. 하지만 과학 수능을 치르지 않는 문과 학생들은 물리 화학 생물 과목은 제대로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졸업장을 받는다. 정치 경제 등 사회 과목에 대한 이과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학생들의 국사 공부 여건 조성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더 화급한 것은 비뚤어진 입시제도를 바로 잡는 일이 아닐까.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교육 목적은 건전한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과 인성을 쌓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은 ‘입시 준비장’이 된 지 오래다. 학생들은 수능 과목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교육 편식현상이 이미 만연해 있다. 공교육은 뒷전에 밀리고, 사교육이 판을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걸 제자리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수능 중심의 대입 전형방식부터 확 뜯어고치는 게 그 시작이다. 우선 고교 이수 과목을 모두 수능에 포함해야 한다. 학생들 학습 부담이 크다고 반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전 대입 예비고사에서는 체육 실기인 체력장까지 다 치렀다. 340점 만점에 체력장이 20점이니 그 비중도 낮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 대입 본 전형에선 수능 반영비중을 대폭 낮춰야 한다. 수능은 말 그대로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게 전형의 절대 잣대가 되다보니 교육 전반이 헝클어지는 것이다. 그럼 대입 전형은 어떻게? 그건 각 대학이 건학이념과 인재 육성 방식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하면 그만이다. 교육당국은 그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관리 감독만 하면 된다. 생각을 바꾸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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