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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한상완> 미국 출구전략과 신흥국 위기
Fed 2~3년에 걸쳐 통화 환수
亞 개별 국가차원 여진 불가피
한국도 외환보유고 안심 못해
美와 통화스와프 가능성 열어둬야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는 세계 대공황에 버금간다고 할 정도로 위력적인 것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수출이 순식간에 30~40%씩 감소할 정도였으니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연준은 발권력을 동원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공급함으로써 위기에 대응했다. 2008년 11월부터 1, 2차 양적완화를 거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까지 단행하였고, 지금은 3차 양적완화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 연준이 지금까지 시장에 공급한 통화는 총 3조800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온 자금도 900억달러를 넘는다. 미국 연준의 단호하고도 강력한 대응으로 세계 경제는 공황으로 빠지지 않고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이 출구전략에 돌입하는 순간 전 세계가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연준은 미국만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세계의 은행이다. 미 연준이 통화 환수에 나선다는 것은 전 세계의 유동성이 빨려 들어가게 됨을 의미하고, 그것은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노출된 국가들로서는 재앙이다.

우리는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 이미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1994년 그린스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는 도미노 외환위기에 빠졌다. 1994년 멕시코 페소화가 그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고, 두 번째는 1995년의 아르헨티나였다. 1997년 5월에 태국 바트화 투매 사태가 발생했고 곧이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에 이어 한국도 함락되었다. 스마트 머니는 1998년 러시아 루블화 공격을 마지막으로 다시 태평양을 건너 브라질 헤알화를 주저앉히고, 2001년 아르헨티나를 재함락시키고서야 사태는 마무리됐다.

버냉키 미 연준의장이 출구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이제부터는 개별 국가 차원의 여진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미 재정위기라는 애프터 쇼크가 진행 중인 유럽,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 경착륙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국 등 모두 출구전략의 영향을 받지않을 수 없다. 특히 신흥국들은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로 타격이다. 상당수의 아시아 신흥국들이 이미 외화 유동성 부족이나 누적된 부채구조의 문제 등으로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1, 2선 합계로 4116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적정 외환보유고 2441억달러(3개월 경상금액과 단기외채의 합계)에 비하면 넉넉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선 2선 자금 중에서 중국 통화 스와프 560억달러는 위안화 베이스이기 때문에 달러 전환이 쉽지 않다. 동 금액을 제외하면 외환보유고는 3556억달러로 감소한다. 반면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 약 900억달러가 빠져나간다고 하면 적정 외환보유고는 약 3340억달러까지 늘어난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함께 국내 가계부채와 같은 돌발 변수가 맞물리는 상황이 발생해서 장기 차입금의 만기 연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지난 2008년처럼 또다시 돈을 빌리러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버냉키 의장은 올해 말쯤부터 2~3년에 걸쳐서 출구전략을 구사하겠다고 공식화하고 있다. 외환정책에 있어서 2~3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지금부터 차질 없이 만반의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 먼저 1선 외환보유고를 조금 더 안정적인 수준으로 늘려 놓는 한편, 단기 외화차입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또 비상시에 대비해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은 투기자금의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환율관리도 중요하지만 외환보유고 관리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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