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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의 ‘대반란’
이천 · 수원 · 군포 · 용인 등…전세값, 매매값 추월 속출
광주광역시 월계동 아파트
매매 1억3천만·전세 1억4천만원
시사차익 없고 세금부담 커
주택보유 메리트 사라져

무주택자 소득공제 등 稅혜택
“전세값 역전현상 심화될것”




경기 수원시 영통동 벽적골8단지 81㎡형(이하 공급면적)은 현재 1억9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그런데 이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 전세는 지난달 1억8500만원에 계약되더니 이달 들어 1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바로 옆 벽적골 9단지의 77㎡형 전세는 이미 1억9500만원으로 주변 비슷한 크기 아파트의 매매가를 앞질렀다. 인근 현대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나와도 사는 사람은 없고 전세만 찾으니 전세 보증금이 매매 가격보다 비싼 사례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같은 지역 같은 크기의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 가격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한 이천, 수원, 군포, 용인 등에서 이런 사례는 흔하다.

이천시 거평아파트 102㎡형은 현재 1억~1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근 1년간 매매 가격 변동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 전세는 지난 3월 일제히 2000만원씩 오르면서 현재 1억~1억1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1억1000만원짜리 전세를 계약했다면 급매물보다 비싸게 전세를 사는 셈이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따라잡거나 비슷해지는 현상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지방에서는 흔하다.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만 찾으니 매매 가격과 전셋값의 차이는 계속 줄어들어 단지에 따라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앞지르는 사례가 속출한다.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 첨단금호타운 아파트 112㎡형은 현재 1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 이 단지 같은 크기 전세는 1000만원 비싼 1억4000만원에도 거래된다.

인근 어울림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전셋값은 보통 매매 가격의 85~90% 정도인데 급하게 전세를 찾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급매물이 나오면 전세가가 매매 가격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주택 보유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집값이 올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을 사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만 커진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집을 사면 재산세 등 원치 않는 세금 부담과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에 시달려야 하므로 요즘 젊은 주택 수요자들은 매매에는 관심이 없다”며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 선호현상이 높아지면서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앞서는 극단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무주택자로 전세에 살면 혜택이 많다. 청약저축 등 주택 마련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무주택자를 위한 금리 우대 상품도 많다.

무주택자는 정부의 각종 대책에서도 수혜 대상이다. 박근혜정부가 시세의 절반 이하로 공급할 계획인 행복주택(영구임대주택) 20만가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급하고 있는 장기안심주택 등의 저렴한 주택도 모두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가 장학생을 선발할 때 기준도 무주택자다.

신종칠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유주택자들이 누리는 혜택은 거의 사라진 반면, 무주택자들은 각종 세금 혜택 등 금전적인 것은 물론, 장학금 지원 대상 등 비금전적 혜택까지 많다”며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다면 전셋값은 오르고 매매 가격은 떨어지는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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