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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아시아나 사고’ 한 · 중관계 새로운 계기되길
양국 관계가 과거와 달리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확전되지 않고 있다. 땅은 비온뒤에 더 굳어진다. 이번 사고가 물리적, 심리적으로도 한층 가까워진 새로운 한ㆍ중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와 교훈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내 모 대기업에서 온라인이나 SNS 관련 동향을 담당하고 있는 A 씨. 그는 지난 8일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국내 모 종합편성 채널 앵커의 ‘문제성 발언’이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온라인판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에는 앵커가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사망자 2명이 모두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한 발언이 담겨 있었다. 해석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기사 밑에는 셀 수 없는 댓글이 달려 있었고,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다행히 사태가 크게 확전되지는 않았다. 아시아나 객실 승무원들이 마지막까지 온몸을 던져가며 승객들을 대피시켰다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중국 누리꾼들의 반한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A 씨는 “한국과 중국 관계에서 사소한 발언 하나가 네티즌 간의 감정싸움을 넘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면서 “확전은 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A 씨의 사례는 이번 사건, 더 나아가 한국과 중국 간의 민감한 사안을 바라보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거대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자칫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사고 여파가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중국에 각별한 공을 들여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금호고속이 1990년대 초반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다. 특히 2005년부터 한ㆍ중우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회장은 양국 간 민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SK 등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들 모두 중국을 제2의 한국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와 함께,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심리적 거리를 크게 좁히는 성과를 거뒀다.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심신지려(心信之旅)의 여정을 통해 새로운 한ㆍ중관계 시대를 여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사건은 자칫 이 같은 공든탑이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사안이다.

다행인 것은 양국 간의 관계가 과거와 달리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확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과 한국 모두 일부 네티즌이 극단적인 발언을 통해 온라인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큰 줄기에서는 ‘정도와 수위’가 지켜지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고로 숨진 두 여고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내 가족의 일처럼 애도하고(한국 측), 승무원들의 살신성인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중국 측) 선풀이 더 빛나고 있다.

땅은 비온 뒤에 더 굳어진다. 이번 사고가 물리적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한층 가까워진 새로운 한ㆍ중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와 교훈이 되기를 기대한다.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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