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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37%가 자살충동?…사람잡는 염증성 장질환
1년이내 체중 10%이상 줄어들고
혈변·설사…끊어질 듯한 복통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쉽게 오인
방치땐 대장암 확률 2~3배 높아져

완치방법 없지만 증상완화 가능
고기보다 과일·채소 섭취 늘려야



직장인 박모(32) 씨는 평소 배가 자주 아프고 유난히 설사가 잦았다. 최근에는 가끔 구토 증상과 심한 경우 혈변을 보기까지 하자 병원을 찾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전 우연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결과 박 씨의 질환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아니라 희귀항문 질환인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염증성 장질환, 인구 10만명당 10명꼴 발생=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장에 염증이 생기는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이다.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병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 10년 사이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염증성 장질환의 대표적 질환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다. 현재 크론병 환자는 우리나라에서 인구 10만명당 3명, 궤양성 대장염은 10만명당 7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진단이 쉽지 않아 보통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오인받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자신의 병을 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젊은층에서 혈변이나 설사가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다양한 유전·환경·면역요인이 장점막의 면역 반응에 혼란을 일으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병은 유전력이 있다고 일반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생 위험이 2~3% 높아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증상은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자다 깰 정도로 배가 아프다.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체중이 10% 이상 줄기도 한다. 설사가 멈추지 않고 체온이 37.5도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을 처음 진단받을 때의 평균 나이는 크론병은 20대 초반, 궤양성 대장암은 30대 후반으로 주로 젊은층에서 나타난다. 병을 방치하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높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공통적으로 설사와 혈변 증상을 보이며 치루와 같은 항문 주위 질환을 동반해 구분이 쉽지 않다. 크론병은 보통 구토를 동반하고 소화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발생해 영양소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체중 감소가 심한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 국한되어 있어 영양소 흡수에 영향을 받지 않아 영양장애나 영양결핍이 흔하지는 않다.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완치방법이 없기 때문에 발병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평소 균형잡힌 식습관으로 장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아직은 완치방법 없어…증상 완화시켜 ‘삶의 질’ 높여주는 것이 중요=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증상이 비슷하고 혈액검사, 대장내시경, 조영술, 조직검사 등 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질환 및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완치방법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병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는 부작용 없이 증상을 빨리 완화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있다. 염증 범위나 진행 정도에 따라 항염제, 항생제, 면역조절제 등의 약물을 선택하게 된다. 상태에 따라 호전과 악화, 재발이 반복되기 때문에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항문 전문 양병원의 장한정 과장(대장항문외과)은 “염증성 장질환은 동양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서구형 질병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불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식생활에 노출된 젊은 직장인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영양부족으로 체중 감소 우려 있어 충분한 열량 섭취 필요, 과일ㆍ채소 섭취 늘려야=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다른 질병에 비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한장연구학회가 최근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을 맞아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살 충동을 경험한 환자가 36.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복통과 구토·식욕부진 때문에 영양이 결핍되기 쉽기 때문에 항상 먹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양형규 양병원장은 “궤양성 대장염은 특정 음식이 병의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때에 따라서는 음식으로 인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며 “우유를 먹은 후 설사를 하는 경우 우유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설탕 함유량이 높은 초콜릿ㆍ껌ㆍ콜라의 섭취를 줄이고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고기보다는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또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맵고 짠 자극성 음식과 술ㆍ커피ㆍ탄산음료, 과다한 육류 섭취, 낙농제품 등은 줄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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