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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안산이 우범지대라는 둥 언론은 왜 우릴 삐딱하게만 바라보죠?”
[위크엔드] 안산 반월공단 산업현장 가보니
부모와 조국을 떠나온 젊은이들
돈벌이도 돈벌이지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원구에 외국인 3만8000여명 거주
심각한 인력난 겪는 제조업체엔 ‘단비’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경계의 눈초리



전철 4호선 상록수역을 지나는 순간, 건너편 자리에 외국인 남성 두 명이 앉았다. 한 남성이 배낭 앞주머니에 있는 여권을 꺼내 그 사이에 끼워 놓았던 외국인등록증을 옆 남성에게 보여준다. 사진이 재밌게 나왔는지,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지하철 칸을 가득 메운다. 낯선 풍경이 아닌 듯, 함께 탄 승객들은 딱히 신경 쓰는 기색 없이 각자의 일에 열심이다. 그렇게 전철은 안산역에 도착했다.

안산 반월공단이 위치한 단원구에는 현재 3만8000여명(2013년 5월 기준)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이 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다.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경기지부에 따르면 실제로 단원구를 포함해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5만7000여명 중 외국인 단순 기능인력 및 전문인력의 수는 2만9000여명. 불법 체류 외국인 등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안산역 1번 출구 건너편으로 보이는 다문화거리는 이곳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만든 ‘국경 없는 마을’을 가로지른다. 각종 근로자 파견업체들의 간판과 외국어로 쓰인 아시아 음식점들의 간판이 안산역을 찾은 외지인을 가장 먼저 반긴다. 역 앞에서 만난 한 50대 아주머니는 이곳을 ‘외국인들이 많은 시장’이라고 불렀다.

1990년대 이후 공단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으면서 국내 인력에 대한 대안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년여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 근로자들은 여전히 생산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문화거리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반월공단으로 들어선 후 인적이 드문 거리에 하차했다. 오후 3시, 한창 업무에 바쁜 시간이었던 탓에 거리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 출입문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명의 내국인 근로자를 만났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취재하러 왔다는 이야기에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자칫 불법 체류 외국인 등 안 좋은 이야기가 시작될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전자 부품을 만드는 업체의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 남성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나쁜 기사들뿐이다. 아니다 싶으면 안산이 우범지대니 조심하라는 기사가 전부”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젊은 외국인들이 많다. 다들 열심히 일해서 돈 벌러 조국을 떠나온 애들(젊은이들)”이라며 “회사 입장에서야 손이 달리니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하지만 같이 일해보면 돈벌이도 돈벌이지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기사를 좀 써 달라”고 털어놨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안산 반월공단. 외국인 근로자들은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인력난을 해결할 구원투수이자 생산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안산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무료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력으로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는 했다. 외국인 근로자 정착 초기 당시보다 외국인 고용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시스템도 많이 안정됐다. 하지만 안정적인 인력 수급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반월공단의 경우 고용 허가가 만료되면 외국인 근로자가 더는 업체에서 일할 수가 없게 돼 인력 공백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 반월공단 입주 기업인 S 사의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가 만료되면 해당 근로자는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없다. 갑자기 일하던 사람이 없어지면 대체 인력이 필요한데 즉각 즉각 인력 수급이 되는 시스템이 없다”고 토로했다. I 사 역시 같은 이유로 인력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경우 해당 외국인의 정주화(일정한 곳에 자리 잡고 사는 것) 방지를 위해 취업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3년이 지나면 다시 (외국인 근로자가) 외국으로 가야 해서 인력 공백에 대한 애로 사항을 이야기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제도가 개선돼 허가 기간이 지나도 3개월 뒤에 해당 근로자가 다시 입국해 업체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차들만 가득한 거리를 헤매다 다시 안산역으로 향하는 61번 버스에 올랐다. 또다시 젊은 두 외국인 남성이 올라탔다. 두 명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왔다고 했다. 안산역에서 친구 2명을 더 만나 외출을 나갈 참이라고 말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코리안드림’에 대한 그들의 기대를 느끼기엔 짧은 대화로도 충분했다. “ (한국에 와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고 재밌다. 아직 (인도네시아에) 돌아갈 계획은 없다. (여건이 된다면) 한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

안산=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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