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입차로 돌아서도…끝까지 나의 고객…다 음엔 우리차 사도록…
결속력 강한 화교, 차도 한 곳서 몰아산다
판매욕심보다 고객편의를 우선하라
중고차 매매상을 판매네트워크로 활용하라
한 가정에 우리 고객 한명은 꼭 있다

그라나다부터 신형 그랜저까지
현대차 산증인 김세진 판매교육팀 교수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만의 노하우
30년 현장 이야기 한 권의 책으로 담아



“ ‘그라나다’ 후속으로 ‘그랜저’가 나오면서 판매사원들도 자부심을 느꼈죠. 1980년대 중ㆍ후반엔 대기업 부장도 자동차가 없었는데 ‘엑셀’이 ‘마이카(MY CAR) 시대’를 열었습니다.”

1984년부터 2013년까지 정확히 30년이 흘렀다. 얼마나 많은 게 변했을까? 1984년부터 현대자동차에 몸담은 김세진(53) 현대자동차 판매교육팀 전임교수도 마찬가지다. 판매사원으로 시작해 전국 각지 지점장을 거쳐 현 판매교육팀으로 오기까지 그의 명함도, 거쳐 간 판매 현장도 수없이 바뀌었다.

군대의 별이 장성이고 사무직의 별이 임원이라면, 자동차 영업의 별은 바로 지점장이다. 30년 중에서 절반에 이르는 14년을 전국 곳곳에서 지점장으로 보낸 김 전임교수. 최근 ‘나는 현대자동차 지점장입니다’라는, 어찌 보면 도발적인 제목을 건 책도 발간했다. 현대차 판매 현장에서 보낸 30년을 담은 책이다. 김 전임교수를 통해 현대차 판매 30년의 역사와 지점장의 삶을 엿봤다. 


서울 종로구 현대차 계동사옥에서 만난 김 전임교수에게 우선 책 얘기부터 시작했다. ‘나는 현대자동차 지점장입니다.’ 혹시나 현대차 홍보 서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슬쩍 물어보니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집필에서부터 출판까지 회사와 연관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지점장은 과연 무슨 일을 할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또 30년 인생을 정리해 가족이나 후배들에게 들려주고픈 생각에 써본 책입니다.”

그가 처음 판매 현장을 접한 해는 1984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을 꼽아 달라”는 말에 그의 답변은 80년대 당시로 돌아갔다. 당시 현대차 그라나다는 그랜저의 전 모델로 판매 중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라나다는 감히 일반인에게선 꿈도 꿀 수 없는 모델이었다고. 김 전임교수는 “지점에서 1년에 1~2대 팔릴까 말까 한 차종이었다”고 회상했다. 

마이카 시대 연‘ 엑셀’

1986년 그라나다 후속 모델로 그랜저가 나왔을 때에도 반신반의했다는 게 당시 일선 판매 현장의 솔직한 반응. 하지만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웠고, 그랜저가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김 전임교수는 “지점에서 1년에 10대 넘게 팔았으니, 그라나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워낙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 모델”이라고 전했다.

엑셀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전임교수는 “당시만 해도 대기업 부장도 본인 차가 없었던 시절이었다”며 “엑셀이 출시되면서 계약 미출고 사태가 빚어졌다. ‘마이카 시대’를 열게 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임교수는 14년간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을 돌며 지점장을 담당했다. 2010년부터는 현대차 계동사옥에서 판매교육팀 전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오랜 기간 지점장을 지냈기에 생활 속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무궁무진하다. 계약을 약속하고서 만나주지 않는 고객의 집을 20일 동안 쉼 없이 방문했던 일이나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과 밤새 막걸리를 마시며 계약을 따낸 일, 회를 전혀 못 먹는 직원을 위해 횟집 주인 고객과 횟집에서 만나 직원 대신 회를 전부 먹어준 일 등 오랜 기간만큼이나 각종 일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는 “판매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란 말도 있다. 그런 마음으로 항상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로 30년을 보냈다”고 웃으며 말했다. 

베스트셀링카‘ 그랜저HG’

지금은 영업직원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의 강연은 항상 인기 만점이라고. 오랜 판매 경험에서 오는 생생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상을 판매 네트워크로 활용하라 ▷화교는 결속력이 강해 관리를 제대로 하면 차도 한 곳에서 몰아서 산다 ▷근무하는 곳을 가족에게 보여줘 용기를 얻는다 ▷직원과의 밥은 가장 따뜻한 소통 수단이다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독립정신이 중요하다 ▷판매 욕심보다는 고객 편의를 우선시하자 등이다.

일선 판매 현장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보다 정보량은 많아졌지만 소위 ‘사람냄새’는 더 줄어들었다는 게 김 전임교수의 생각이다. “예전엔 가정방문도 주요 판매 전략이었습니다. 차가 늦게 나온다며 욕을 하는 고객도 많았고, 고객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형ㆍ동생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죠. 지금은 계약 안 하면 서로 남남처럼 헤어지는데, 깔끔해서 좋지만 한편으론 정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부의 상징이었던‘ 그라나다’

요즘 판매 방식에는 과거보다 더 많은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고객의 자동차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수입차 열풍으로 국산차업계도 한층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김 전임교수를 포함해 총 8명의 현대차 사내교육팀 전임교수도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수입차 공략지역에서 근무하는 카마스터 1700여명을 대상으로 ‘쇼룸 전문가 아카데미’를 진행, 각종 고급문화 매너 등을 교육하고 있다. 지점에서 태블릿PC를 활용해 고객과 상담하는 ‘스마트 플래너’도 도입하고 있으며, 전국 지점장을 대상으로 ‘지점장 CEO 과정’도 운영 중이다.

특히 최근 현대차의 일선 판매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역시 수입차 열풍. 김 전임교수는 이와 관련해 “차를 뺏기더라도 사람을 뺏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 모두 수입차를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버지가 수입차를 사면 아내는 국산차를 사는 식”이라며 “수입차를 샀다고 고객 관리를 포기하면 고객 자체가 끊어진다. 한 번 수입차를 샀으니 그다음엔 현대차를 사도록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객을 성심껏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또 “실제 판매에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게 올해 목표”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