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작가들의 창작 비밀창고엔 무엇이…
때로 작가의 내밀한 곳을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가 상상하는 곳, 글을 써내는 곳에 작품 잉태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예감에서다. 작가는 누구보다 공간에 굉장히 예민하다. 누군가는 여관방을 전전하며 쓰고, 또 다른 이는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길가 커피숍에서 24시간 쓴다. ‘그 작가, 그 공간’(한겨레출판)은 그런 의구와 궁금함, 호기심을 깔고 있다.

소설가 김태용의 작업공간은 고시원이다. 가로 1.5m, 세로 2m 정도의 어찌 보면 감옥 같은 방에 자신을 가둔다. 책상과 의자, 옷걸이, 문학잡지가 전부인 그 방에서 그는 2005년부터 써오고 있다. 오로지 다른 일은 할 수 없는 글만 쓸 수 있는 공간. 처음 서너 달은 폐쇄공포증에 시달렸지만 이젠 오히려 편하다. 그는 평생 이곳에서 쓸 생각이다.

4차원 작가로 통하는 소설가 박민규의 작업실은 그의 취향이 얼핏 엿보인다. 단출한 공간에 전자 기타와 악보 거치대, 역기와 아령, 의자와 책상이 자리잡았다. 양재천변에 있는 카페 시엘은 최승호 시인의 작업실이자 응접실. 시인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쓰고 손님을 만난다. 마치 제집처럼 바람을 쐬고 싶으면 산책하다 돌아와 다시 작업한다. 이곳에서 그는 시집 ‘고비’’와 ‘말놀이 동시집’을 냈다.

소설가 김훈이 말씨름하는 경기도 일산의 작업실, 시인 함민복의 강화도 인삼가게, 김도연의 진부도서관, 박범신의 논산집필실 등 작가들의 작업실 순례를 통해 작가세계를 만날 수 있다. 고은 시인의 안성집, 김성동의 비사란야, 시인부부 함성호, 김소연의 소소재, 한승원의 해산토굴 등에는 작가의 생활과 작품의 공간이 엿보인다.

남산 아래 해방촌 골목을 순례하며 하루 두 차례씩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황인숙 시인, 이순원의 강릉바우길, 지리산 자락 암자에 개와 함께 머물고 있는 정유정 등 안부가 궁금한 작가들의 근황과 생활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