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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라카미 다카시 “난 열렬한 오타쿠..그런데 오타쿠들은 날 싫어해”

  • 기사입력 2013-07-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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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아시아 팝아트’의 새 모델을 제시한 스타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51)가 왔다. 검은 양복에 흰 셔츠를 얌전히 받쳐 입고,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플라토에서 오는 4일부터 12월 8일까지 장장 5개월간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라는 타이틀로 미니 회고전을 갖는다.

일각에선 ‘이미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런저런 경로로 숱하게 봐왔던 작품을 왜 이 마당에(뒤늦게) 소개하는 거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아시아 미술관에서의 회고전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만화와 대중문화를 현대미술에 녹여낸 매우 감각적인 작업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아시아적 감성으로 서구 현대미술을 혁신한 작가로 평가되는 그의 작품은 미국 LA현대미술관,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프랑스 베르사유궁전과 카타르 도하 등에서 소개된 바 있다.

게다가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와 경매에도 식상할 정도로 작품이 내걸려 마냥 신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표방해 온 ‘수퍼플랫(超평면)’이란 개념은 국내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대표작이 한국 대중에게 소개된 사례 또한 없어 그의 전시는 이래저래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무라카미는 첫 일성으로 자신이 일본의 오타쿠(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마니아)로부터 “그닥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부터 던졌다. 오타쿠들의 하위문화를 현대미술에 접목했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 일본문화의 표피만 차용하며 서양과 결탁했다’는 비판을 듣는다는 것.

하지만 그의 귀엽고 재기발랄하며, 때론 폭력적이기까지 한 작품은 세계 미술계에서 대단히 일본적인 특성을 잘 살린 예술로 각광받고 있다. 커다란 눈망울의 앳된 얼굴에, 가슴은 거의 터질 듯 빵빵하고, 다리는 비정상적으로 길게 뻗어 가히 10등신처럼 보이는 조각은 일본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한데 모은 여성상이란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모으고 있는 것. 

그는 “일본의 상위문화는 오랫동안 서구문화에 ‘오염’돼 차리리 하위문화가 더 일본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저급한 것, 통속적인 것을 일본의 고유한 전통미술과 뒤섞고, 이를 현대미술이란 보편적인 언어 속에 녹여냈다”고 했다. 이렇듯 기존 일본의 주류문화가 서구에 오염돼 자신은 지극히 일본적인 오타쿠문화를 적극 차용했다지만 그의 작업에선 ‘서양의 것(이를테면 금발, 높은 코, 8등신 등등)’을 추종하고 쫓는 ‘모백(慕白)주의’의 편린이 강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의 작품이 지닌 양면성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뒤섞고, 동양과 서양, 무의식과 실제, 현실과 욕망을 혼합한 무라카미는 이를 편평하게 한다는 의미의 수퍼플랫(Superflat)이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수퍼플랫’이란 개념에 대해 “처음엔 납작하고, 두께가 없으며, 경박한 현대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그 용어를 창안했다. 그러다가 일본의 경제ㆍ문화적 상황과 날로 컴퓨터화되는 세계의 상황으로 작업을 확장한 결과 지금의 수퍼플랫 개념이 다져졌다”고 했다. 이어 “데이터베이스화된 정보를 맥락없이 앞다퉈 소비하는 현대의 인터넷문화와, 쾌락과 부패가 공존하는 현대 소비사회가 주관심사였지만 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론 더 내밀한 나의 이야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고들고 있다”며 ‘치유로써의 미술’이 요즘 관심사라고 전했다.


2002년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미술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영상을 가로지르며 상업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가는 “이렇게 세계 곳곳을 다니며 전시를 여니 물론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만족도 측면에선 10%밖에 안 된다”고 자평했다. 또 “성공은 신기루같아서 다 왔다 싶으면 저만치 가 있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내 그림 속,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멍청한 인물이 바로 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저 만화같은 작품의 가격이 수억, 수십억을 호가하며 ‘비싼 작가’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선 “(미술품 시장에선) 한 사람의 의도로 가격이 조정될 수 없는 구조다.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져 버린 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 아트상품 등 다양한 시도도 펼치고 있다”고 했다.

또 앞으로의 미술은 ‘버추얼 리얼리티’를 추구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소셜 리얼리티’를 추구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SNS의 파급으로 더욱더 개인 대 사회, 사회적 연계 속에서의 리얼리티와 그 속에서의 인간 존재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 또 미(美)의 개념 또한 달라질 것이라며 “나 또한 그런 걸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루이비통과의 협업(콜라보레이션) 전과 후를 비교해달라고 하자 “패션에 좀 신경을 쓰게 된 게 달라진 점이다. 언젠가 루이비통이 주최한 파티에 반바지를 입고 가 혼이 난 뒤론 옷에 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전에는 남성 오타쿠 팬들이 많았는데 루이비통과 작업한 뒤론 여성 팬들이 많이 늘었다. 젠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라고 했다.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으며, 작가로써도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그같은 측면으로 자신이 자꾸 재단되는 건 꺼려하는 태도였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무라카미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미스터 도브(Mr. DOB)’(1993년)를 비롯해 일본어로 ‘괴상함(怪)’을 뜻하는 ‘카이카이’와 ‘기이함(奇)’을 뜻하는 ‘키키’가 등장하는 경쾌한 회화와 조각이 망라됐다. 또 현대적 삼면화인 대작 ‘727-727’, 사각형 박스를 미인으로 변형시킨 신작 조각도 출품돼 ‘어른들을 위한 행복한 예술놀이터’로 꾸며졌다. 장르도 다양해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 풍선, 커튼이 망라됐다. 총출품작은 39점. 월요일 휴관. 일반 5000원, 초중고생 4000원. 1577-7595 [사진=박해묵 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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