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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경영 투명성 높여 총수 전횡 막아야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횡령 배임 탈세를 한 혐의다. 대기업 회장이 수사 단계에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전에는 주로 불구속 기소한 뒤 법정구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벌들의 경제 범죄에 대한 법 적용이 더 준엄하고 촘촘해진 것이다. 밤늦은 시각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짧은 소감을 밝히며 총총히 구치소로 향하는 재벌 총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 회장의 잘못은 결국 회사 돈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빼돌리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대기업 오너들의 이 같은 행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지금도 구속돼 있는 이유도 다 비슷하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자금 운용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빚어진 잘못이라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나 이 또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거래비용을 부풀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하는 관행은 분명 횡령이고 탈세로 범죄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같은 후진적 관행은 이 회장의 경우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이를 위해 우선 법 적용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숱한 재벌 총수들이 횡령과 배임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여태 근절되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재계와 법조계에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란 공식이 있다고 한다. 대기업 회장들이 이런저런 사고를 치면 ‘경제 발전에 기여’를 감안해 재판에서 내리는 형량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나마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해 주기 예사였다. 기업과 재벌 총수에 대한 법 적용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상당수 기업인들이 이 공식을 깨고 실형을 살고 있으며 이 회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발전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대법원의 관련 형량 기준도 강화되는 등 재벌 총수의 비리를 더 엄하게 다루는 추세다. ‘유전무죄’를 용납하지 않는 국민정서도 고려한 것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관행을 끊으려는 기업 스스로 윤리의식을 회복하고 투명 경영을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 오너 회장이 제멋대로 회사 돈을 주무르지 못하도록 내부 감시 체제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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