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또 맨앞이네…키작은 우리아이, 숨은 ‘Key’ 찾아줄까
 키 순서 또래 100명 중 3번째 이내
1년에 4cm 미만 자라면 검사 받아야
여아 유전성 질환 ‘터너증후군’일 수도

치료는 사춘기 이전…운동도 큰 효과
성장호르몬 투여 전 꼼꼼한 체크를




전업주부인 김모 씨는 최근 12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저학년 때만 해도 또래에 비해 작지 않았던 아이가 어찌 된 일인지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앞자리에 앉을 정도로 성장이 더디게 되자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아 부쩍 짜증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주위에서 아이들의 키를 커지게 해준다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나 의사에게 상담을 했지만 아들이 저성장증은 아니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봐야 별다른 효과가 없고 평소 체조 등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또래 100명 중 3번째까지 작거나, 한창 클 나이에 1년에 4cm 미만으로 크면 병원 찾아봐야=사실 부모들이 저신장이라고 걱정을 하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정상적인 성장을 보이는 아이들이다. 즉 질환이 아닌 단지 다소 작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 또는 성장이 느린 ‘체질성 성장지연’인 경우가 많다.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보는 ‘저신장증’으로 확진을 받으려면 몇 가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또래에 비교한 키의 분포율을 측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같은 연령 및 성별의 아이들 100명을 세워놓았을 때 그중에서 3번째 아래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는 과거 1년간 얼마나 자랐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춘기가 아직 오지 않은 3세 이상 소아의 평균 성장속도는 1년에 4~5cm 정도인데 1년에 4cm 미만의 성장속도를 가질 경우에는 성장장애가 있다고 판단하며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왼쪽 손 및 손목에 X레이를 촬영해 뼈 나이를 측정하는데, 이는 소아의 실제 나이와 뼈 나이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저신장증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검사다.

▶여아들의 저신장증 더 유심히 관찰해야, ‘터너증후군’일 수도=이러한 성장장애를 가져오는 원인은 유전적인 원인, 즉 가족성 저신장이 가장 많지만 이외에도 영양 불량이나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원인도 있을 수 있으며 위장관 질환, 신장 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 심장 질환 등 만성 질환이나 이러한 질환의 치료 등으로 인한 성장의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 이상이나 갑상선, 성호르몬 분비 이상 등 내분비 질환에 의해서도 저신장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여아의 경우에는 비교적 흔한 ‘터너증후군(여자에서 성염색체 하나가 결실 또는 기능을 하지 않는 질환)’이란 유전성 질환이 있는데, 이 경우 아무런 신체적 정신적 이상을 동반하지 않고 저신장만을 보일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세원 교수는 “이 질환은 조기 발견을 통해서 2차적 증상들의 발현을 조기에 막을 수 있으므로 여아들에서의 저신장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하여 조기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는 사춘기 변화가 있기 전에 시행해야, 성장호르몬 주사는 맞기 전 저신장의 원인을 반드시 체크해야=저신장의 치료는 크게 운동, 식이, 성장호르몬 주사로 나뉜다. 먼저 운동은 스트레칭 체조를 아침, 저녁으로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에 기계체조, 역도 등과 같은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된다. 또한 성장기 아동들은 열량, 단백질, 칼슘, 철분 등의 요구량이 오히려 성인보다 높기 때문에 5가지 기초식품군을 충분히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키가 작은 것에 기인하는 ‘유전성 저신장증’과 ‘체질성 성장지연’은 성장호르몬을 투여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외국에서 나온 임상적 연구 결과는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장호르몬 치료가 최종적으로 어른이 됐을 때 키의 향상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단순히 ‘키가 작다’고 병원을 찾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다고 키가 커진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키가 작은 것이 유전적인 원인인지 다른 원인인지 정확한 검사를 한 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또 현재 성장호르몬 결핍증, 만성 신부전증, 터너증후군에 의한 저신장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인정되지만, 저신장의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가족성 저신장은 보험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만일 30kg의 체중을 가진 소아가 국내 제품 성장호르몬을 투여받기 위해서는 1년에 1000만~15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되고 또한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신체적 부담이 따른다. 이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반드시 성장클리닉을 방문하여 저신장증의 원인이 병적인지 또는 정상적인 현상인지를 알아본 다음 올바른 처방을 받아야 한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임정우 교수는 “치료 시기는 성장판 융합이 오는 사춘기 변화가 나타나기 전이며, 보통 남아는 11~12세, 여아의 경우는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모든 저신장의 아이들은 원인에 대한 올바른 평가 후에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