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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끝자락서 만난 노인들…“반가웠네 친구야, 잘가게나”

  • 70대 할아버지들의 버디 연극 ‘배웅’
  • 기사입력 2013-06-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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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더하기 일은 용기백배다. 수많은 버디(Buddy) 이야기에서 둘은 꼭 사고를 쳤다. 차를 훔치고, 은행을 털고, 쏟아지는 총탄의 포화 속에 뛰어들고, 낭떠러지를 향해 몸을 던졌다. 버디는 반란, 전복(顚覆), 저항과 가까웠다.

그런데 연극 ‘배웅’ 속 버디 봉팔과 순철은 이를 감행하기 어렵다. 흔히 길 위에서 만나는 여느 버디와 달리 둘은 사방이 막힌 병실에서 만났다. 그것도 침대 위에서 환자복을 입고서다. 나이는 일흔이 넘었다. 몸의 고장 난 곳을 고쳐서라도 쓰지 못할 나이다. 순철이 새로 병실에 들어오면서 극은 시작한다. 국어교사였던 순철은 아내를 잃은 뒤 외동딸과 사위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몰래 입원했다. “신삥!”이라며 호기롭게 반기는 봉팔은 젊어선 원양어선을 타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볐던 마도로스.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지금은 사고 보험금 때문에 침실을 지키고 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둘 다 자녀와 소원하고, 갈 곳 없는 처지는 매한가지다.

둘은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한다. 호탕하고 수다스런 봉팔은 조용한 순철에게 “미련 곰탱이”라고 신경을 건드리고, 순철은 손톱깎이를 ‘쓰메끼리’라고 하는 봉철을 무식하다고 면박을 준다.

서로 방을 바꿔달라고 싸우던 둘 사이의 허물은 역시 ‘남자이야기’로 인해 사라진다. 젊은 시절 러시아 나타샤와의 연애담, 왕년에 여자들 좀 울렸다는 등의 남자의 허세다. 간호사를 두고 싱거운 희롱을 하고, 옆 병실 중년 부인과 과부촌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등 순철 역시 봉팔의 쾌활함에 동화돼 차츰 사회적 체면이나 나이를 잊는다.

 
연극 ‘배웅’의 민복기 연출은 “이 연극이 죽음이나 노인문제 등의 사회문제의식보단 인생의 끝자락에서 값진 벗을 만난 이야기로 봐달라”고 했다.

극이 중반을 넘으면 활기찼던 병실 분위기가 반전된다. 어느 날 병실을 찾아온 딸에게 순철은 병을 감춘다. 계속 퇴원을 거부해 온 봉팔의 숨겨진 사연도 밝혀진다. 결국 봉팔보다 먼저 병실을 나가게 된 이는 순철이다.

좌충우돌 끝에 우정을 깨닫고, 석별한다는 줄거리는 언뜻 평범해 보인다. 이 공연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실제 나이 일흔이 된 봉팔역의 오영수(69) 배우의 혼신의 연기다. 순철 역의 이영석(54)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실제로 그 배역으로 보일 만큼 죽이 잘 맞는다. 마지막 순철을 떠나보내는 장면이 압권이다. 오영수는 그저 슬픈 표정이 아니라, 쓸쓸하고 허탈하며 안타깝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 일흔 세월을 살아본 자만이 지어낼 수 있는 응축된 표정을 짓는다. 극 내내 봉팔이 시베리아 횡단열차 경유역을 줄줄 외우는 가락이 마지막엔 곡소리로 바뀌면서, 희망차게 또 다른 여행을 떠나듯 퇴장하는 장면도 근사하다.

민복기 연출은 “이 연극이 죽음이나 노인문제 등의 사회문제의식보단 인생의 끝자락에서 값진 벗을 만난 이야기로 봐달라”고 했다. 오영수는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가 이 연극을 보면서 할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고 대화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석호 원작 희곡을 민복기 연출이 각색했다. 극단 실험극장 작품. 다음달 7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한다. 전석 2만5000원. (02)889-3561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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