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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위험천만한 대선불복
대선불복을 거론하는 것은 6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사회를 양분하고, 분노를 부추기는 소모적 논쟁이다. 차제에 국정원을 보수와 진보정권을 뛰어넘어 균형잡힌 시각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근본 개혁에 착수할 때다.



민생국회를 다짐하며 출발했던 6월 임시국회가 난장판이다. 여야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사건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들끼리 고소와 수사의뢰로 맞서 언성을 높이고, 해외출장 때 돈봉투를 줬네 안 줬네 하면서 정쟁을 벌이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카더라”를 통원해서 쏟아지는 말은 인터넷 익명 게시판 수준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여론을 주도층과 대학 총학생회까지 가세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은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대선 때 공무원 중립성 논란 때문에 사표를 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새누리당에 국정조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경찰의 거짓 발표를 무기삼아 대선에서 승리했다”면서 서명을 받았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대선 불복’이 거론되고 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검찰 수사발표를 존중하고, 법원 판단을 수용하는 게 맞다. 국정원 직원이 댓글 몇 개 달았다고 선거결과가 뒤집혀졌다고 믿기도 힘들다. 관련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선상에 오르는 걸 보면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 역시 극히 희박하다. 그래서 대선 불복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6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사회를 양분하고, 분노를 부추기는 소모적인 논쟁이다.

그렇지만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의 선거 여론 개입은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재발돼서는 결코 안 된다.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공포스런 작태임에 틀림없다. 얼마나 한가하기에 안보와 글로벌 경제전쟁을 뒷전에 두고 댓글이나 달았는지 궁금하다. 차제에 국정원을 보수와 진보정권을 뛰어넘어 균형잡힌 시각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할 때가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장이 사법처리되고 간부들이 깡그리 물갈이되는 게 국정원이다. 중앙정보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 지금의 국가정보원까지 이름만 바뀌었을 뿐 권력을 쫓는 하루살이 불나방이었다는 것이다. 정권의 입김을 차단하는 대책마련도 당연하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기소하면서 왜 선거에 개입하고, 직권을 이용해서 축소하려고 했는지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홧김에”, “만취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식으로 단순 사건에도 고의적인지 우발적인지 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범행동기는 꼼꼼히 찾아내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마침 국회 입법조사처도 “수사기관의 기소나 법원의 유무죄, 양형판단을 일정한 방향으로 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재판ㆍ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이 국정원 사건에서 비켜서려고 하면할수록 헛소문만 증폭될 공산이 크다. 정면돌파는 이럴 때 쓰는 방법이다. 물론 야당은 갈 데까지 가는, 그래서 국민을 질리게 하고 수권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행태 급진주의’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 실체적 진실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정의’도 중요하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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