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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원초적 신비가 살아 숨쉬는 ‘셀바스의 대동맥’
휴대폰·인터넷도 안 터지는 탐보파타
푹푹 빠지는 3㎞ 진흙탕 숲길 강행군
마침내 도착한 산도발 호수 속엔
식인 피라냐가 있다는 말에 두려움이…

롯지 인근의 농장엔
문명의 때 묻지 않은 원주민의 삶 그대로
자발적 고립 감수하며 찾은 이곳서
평생 맛보기 힘든 ‘정글속 단잠’이



[탐보파타(페루)=글ㆍ사진 박동미 기자] 아마존 탐험을 위해 페루에 갔다.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하면 브라질부터 떠오르지만, 사실 이 강은 남한 면적의 30배나 된다. 페루 안데스 산맥 고원에서 발원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에서 흘러온 지류들이 모인 뒤 브라질에서 거대한 줄기를 형성한다. 그러니 남아메리카의 절반 이상이 아마존 유역인 셈이다. 본류 길이만 약 6500㎞, 지류들을 다 합하면 5만㎞ 이상이라고 한다.

누구나 아마존 여행을 한 번쯤 꿈꾸지만, 사실 막막하다. 특히,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아마존을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쉽게 접근 가능한 몇개의 관문을 추리자면 브라질의 마나우스와 벨렘, 페루의 이키토스와 푸에르토 말도나도가 있다. 이 중 볼리비아 국경 인근에 접한 푸에르토 말도나도는 1902년 세상에 알려진 곳으로, 탐보파타 국립 자연보호지역에 속해 있다. 아마존의 지류인 탐보파타 강과 마드레 데 디오스강이 만나는 곳. 거대한 아마존 강의 상류 지역이다. 무엇보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들르게 되는 쿠스코에서 매우 가깝다. 수도 리마에서 쿠스코를 거쳐 탐보파타까지는 2시간 30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에서 ‘거석의 미학’에 빠졌다가, 단숨에 정글이 우거진 아마존 탐험을 시작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미 유럽 여행객들 사이에선 페루를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4월, 휴대폰도 인터넷도 없는 탐보파타 정글에 3일간 ‘고립’을 자청했다. 피라냐가 살고 있는 호수 위를 지나고, 이구아나가 숨어 있다는 진흙탕을 6㎞나 걸었다. 그리고 성단까지 맨눈으로 보이는 아마존의 밤하늘 아래에서 잠을 청했다.  


쿠스코 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1시간여 만에 아마존 인근에 다다랐다. 비행기에서‘ 페루 아마존’이 내려다보인다. 탐보파타 국립 자연보호지구를 흐르는 마드레 데 디오스(Madre de Dios) 강은 브라질로 흘러가는 아마존강 지류 중 하나다.

# 정글의 법칙, 하나…‘코리안 스타일’ 아웃도어룩은 쓸모가 없었네

막상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려고 보니 복장부터 고민됐다. 아마존 유역에 머문다고 하는데, 망원경과 나침반을 손에 쥔 탐험가처럼 입어야 하나. 아니면 정글에서의 ‘생존법’을 주제로 한 TV 예능 프로 출연진들처럼 바람막이 재킷을 입어야 하나. 가진거라곤 ‘국민 유니폼’이라고 하는 고어텍스 점퍼 하나. 샛노란 색깔 덕분에 여행 내내 아마존에서 제일 ‘눈에 띄는’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페루 아마존의 필수품은 사실 고어텍스가 아니라 고무다. 장마철 여성들이 주로 신는 레인부츠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하다. 건기(5월~10월)가 아니라면, 거의 진흙탕 위를 걷는다고 보면 된다. 특히, 탐보파타 보호지구 중심에 위치한 산도발 호수는 3㎞에 가까운 좁은 숲길을 걸어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진흙 속에 푹푹 빠진다. 물론, (다리 길이에 따라서) 어떤이는 무릎 바로 아래까지 빠질지도. 순간 늪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길’을 아마존에 만든다면, 이 ‘머드 트레일(진흙 길)’ 코스로 하면 어떨까. 우스갯소리다. 솔직히, 너무 힘들다.

왕복 6㎞를 걷는 동안 내내 진흙만 보게 되는건 아니다. 검은 개미군단이 길을 가로지를 때에는 잠시 멈추어 서는 게 안전하다. 나뭇가지가 흔들려서 위를 올려다보니, 원숭이 한 가족이 물끄러미 사람을 ‘구경’한다. 주룩주룩 흐르는 땀이 식어갈 무렵, 야자수로 둘러싸인 산도발 호수에 닿았다. 둘레는 7㎞로 상의 한쪽이 막히고 물길이 바뀌면서 형성된 ‘우각호’이다. 조용하다. 열대우림을 두시간여 동안 헤치고 만난 것치곤 극적인 첫인상은 아니다. 하지만 사나운 이빨을 숨긴 맹수처럼 묘한 두려움이 앞선다. 아니나 다를까, 카누에 앉아서 호수 한가운데로 오자 아나벨 가이드가 “식인 물고기 피라냐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며 겁을 준다. 나무를 향해 천천히 노를 젖는다. 박쥐들이 나무에 붙어 낮잠(?)을 자고 있고, 첫눈에 다람쥐처럼 보였던 몸집이 작은 원숭이들이 가지 사이사이에 숨어 있다. 화려한 색감의 마카우(앵무새의 일종)와 칠면조처럼 큰 새 호아친이 푸드덕거린다. 고립된 정글에서 또 한 번 ‘고립’된 기분이다. 하지만, 다시 진흙 위를 걸어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찔해진다. 호수 인근에도 롯지들이 꽤 된다. 한번 들어오면 지쳐서 며칠은 못 나갈 듯싶다. 


산도발 호수를 본격적으로 탐방하기 위해 선착장에서 카누를 탄다.

# 정글의 법칙, 둘…함부로 먹거나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산도발 호수까지 가는 ‘머드 트레일’에선 자주 휘청거렸다. 진흙에 빠진 발을 빼기 위해 온몸을 흔든다. 그러다 보니 길 위의 풀을 잡거나, 나무에 기대게 되는데 가이드는 그럴 때마다 “돈 터치(Don’t touch, it’s dangerous!: 위험하니까 만지지마)”라고 경고했다. 특급 호텔과 같은 시설을 갖춘 통나무집에서 지내다 보니 잠시 망각했나 보다.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아마존을 탐험할 수 있도록 정비된 지역이지만, 어찌됐든 지금 우린 아마존, 열대우림 속에 있다. 아마존 정글에는 ‘설마’ 싶겠지만, 호수로 가는 길 검은 물 웅덩이에선 이구아나를 만날 수도 있다 (결국 만나지 못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호수에선 카누가 뒤집어져 피라냐의 ‘밥’이 되거나 전기뱀장어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여러 명이 일어서서 사진을 찍었지만, 카누가 뒤집어지는 행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무도 위험하다. 산도발 호수로 가는 길목의 나무들은 스스로 독을 내뿜는 종이 많다.

롯지 인근에서는 농장 투어를 할 수 있다. 이때도 명심할 것은 ‘돈 잇(Don’t eat)’ 이다. 함부로 먹지 않는 게 좋다. 전문 교육을 받은 가이드와 함께 움직인다. 농장에는 아마존 원주민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페루 최대의 명소 마추픽추를 오를 때 관광객들이 자주 먹는 코카차. 그 원재료를 얻을 수 있는 코카 나무와 생강, 별 모양으로 생긴 ‘스타 후르츠’, 각종 버섯, 연고를 만드는데 쓰이는 ‘드래건스 블러드’ 나무 등을 볼 수 있다. 가이드는 농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을 구별해준다. 마취제의 원료로 쓰이는 식물 잎도 씹어 볼 수 있다. 입술이 금새 얼얼해지지만, 3분 정도 지나면 괜찮다. 산도발 호수에서 카누를 능숙하게 몰던 여자 가이드가 이번엔 ‘맥가이버 칼’을 꺼내 과일을 깎아 준다. 이때쯤이면, 아마존 지역의 가이드들이 얼마나 ‘만능’ 재주꾼들인지 깨닫게 된다.  

운이 좋으면 (이구아나, 아나콘다 혹은 피라냐급은 아니지만) ‘카피바라(워터 피그)’를 만날 수 있다. 일행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카피바라는 지구에서 가장 큰 설치류다. 쉽게 말하면 송아지 크기의 ‘뚱뚱한’ 다람쥐다. 몸무게가 60㎏에 육박하는데, 발에 물갈퀴가 있어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영도 매우 잘한다. 주로 강 주변에서 생활한다. 농장 투어를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가이드가 “룩, 댓츠 카피바라, 베리 큐트(Look, that’s Capybara, very cute)” 한다. 강가 바로 앞까지 나온 아이보리색 카피바라는 마치 석고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휙’하고 정글로 사라졌다. 


탐방객들이 산도발 호수에 이르는 시간은 박쥐들이 곤히 자고 있는 시간이다.

#정글의 법칙, 셋…정글 밖 세상은 당분간 잊으세요

아마존 탐험객들이 주로 묵는 탐보파타 지역의 오두막집은 특급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하지만 자연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불편함을 감수하게 한다.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다. 전기는 오전 4시부터 오후 3시 30분,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만 들어온다. 물론 낮 시간에는 대부분의 숙박객들이 숲 트레킹이나 농장 투어, 혹은 산도발 호수 관광을 위해 전기를 사용할 일도 없다. 샤워도 11시 이후엔 힘들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직원이 숙소 문앞, 침실, 화장실에 각각 램프를 넣어준다. 침대 머리맡에는 손전등과 양초가 놓여져 있다. ‘숙소 이용 안내’를 자세히 읽지 않은 첫날 밤에는 갑자기 어두워진 방에서 성냥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게다가 우기 때라서 불도 잘 붙지 않으니, 그야말로 ‘당황’ 그 자체였다. 모닝콜도 전화가 아니라 직원이 직접 와서 나무로 된 문을 두드린다. 

탐보파타 정글 한가운데에는 20~30m에 이르는 나무들을 연결한 7개의 출렁다리는 관광객들에게 탐방지로 인기다.

정글의 오두막집은 사실 집처럼 생긴 거대한 ‘모기장’이다. 물론 고급 원목(한국에 가면 이게 얼마나 할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으로 만들어진 천장은 있다. 그것을 받치기 위한 기본 골대와 샤워장, 화장실만 나무다. 나머지는 촘촘한 방충망과 커텐. 정글의 바람과 향기, 그리고  원시의 소리가 고스란히 귀까지 전달된다. 그것도 밤새도록 말이다.

깊이 잠들었나 싶었는데, ‘스르륵’ 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오두막 옆으로 무언가 분명히 지나갔다. 낮에 숙소 인근을 어슬렁거리던 아구띠(다람쥐와 비슷하게 생긴 설치류. 개만한 크기로 처음 보면 모두 깜짝 놀란다)일까, 도마뱀일까. 알 수 없는 새소리도 들린다. 툭, 툭, 후드득. 이젠 열대성 폭우다. 나무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경쾌하다. 잠을 깨우던 동물(추정)소리가 또 다른 ‘자연의 소리’에 덮힌다. 하늘이 선물한 자장가인가. 찬 바람이 들어와 이불을 끌어올려 덮는다. 이제는 평생 몇 번 맛보기 힘든 ‘정글에서의 단잠’만 남았다.

/pdm@heraldcorp.com

탐보파타를 떠나는 날 강변에서 발견된 카이만 악어. 작별 인사를 나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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